대구시립합창단에 이어 국립합창단의 잇따른 기독교 찬송가 공연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시립합창단도 6월24일 오후 전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한 정기연주회를 예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금정총림 범어사는 국장단 긴급회의를 갖고 부산불교연합회와 함께 문제 제기에 나섰다.
범어사(주지 경선 스님)는 6월24일 오전 ‘부산시립합창단 종교편향 공연에 대한 현황 분석과 불교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국장단 긴급회의를 가졌다. 범어사에 따르면 이날 부산시립합창단은 제182회 정기연주회 ‘위로의 메세지’ 공연을 진행하면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 윌리엄 월튼의 ‘벨사살의 향연’ 등 전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했다. 특히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는 히브리어 성경의 시편 23편 ‘다윗의 시’, 히브리어 가사로 부르는 미사곡(교회의 예배에서 부르는 곡)이다. 윌리엄 월튼의 ‘벨사살의 향연’에는 “우리의 힘이 되는 하나님 께 큰 소리로 노래하십시오”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부산문화회관이 주최하고 부산시립예술단이 주관한 이번 공연은 이 모 부산시립합창단 제10대 지휘자가 총감독을 맡았다. 이 지휘자는 총신대 출신으로 줄리어드 음악대학 및 대학원에서 합창 지휘를 전공했다. 전국시립합창단연합회장도 지낸 그는 총신대 교회음악과 지휘교수, 한국교회음악협회 이사를 맡은 바 있다. 이 지휘자는 2014년 대구시립합창단 8대 상임지휘자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종교편향 공연으로 논란을 빚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그는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에서 물러난 뒤 2019년부터 부산시립합창단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범어사 측은 부산시립합창단이 해당 곡목으로 연주회를 진행할 경우 종교 편향 공연에 대해 강력히 문제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범어사 사회국장 여공 스님은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 소식을 접하면서 이 문제가 비단 대구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전국 국·시립합창단에서 종교 편향 공연의 시정 분위기가 일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부산시립합창단은 이번 정기연주회의 전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계획했다는 사실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정대로 정기연주회가 진행될 경우 범어사는 종교편향 공연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산시에 엄중한 단속과 공정성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립합창단 측은 “이번 연주회는 대규모 합창에 초점을 맞춘 공연이며 종교적인 이유를 우선으로 선택한 곡은 아니어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종교 편향의 논란이 있다면 향후 연주회를 준비할 때 곡명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불교 관계자는 “광범위한 서양 클래식 음악 중에서 저명 작곡가의 명성에 기대 종교성이 두드러진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종교편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음악을 통해 사회를 조화롭고 평화롭게 만들어야 할 시립합창단이 종교편향을 일삼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