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 대표가 종교적 신념과 정치 결부
헌법 20조 ‘정교분리’ 원칙 정면 위배
특위 “적절한 조치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의힘 항의공문 발송 및 항의방문”

조계종 중앙종회가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등 종교적 신념을 정치적 사건과 결부시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즉각 사과하라고 밝혔다.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스님, 이하 특위)은 9월25일 종회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특위 위원장 선광스님과 위원 탄보스님과 불교계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지난 3월 극우 성향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된 뒤로도 종교편향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9월14일 최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부산의 세계로교회를 찾아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보 목사는 올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부산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위원장 선광스님은 이날 회견에서 불교계의 10·27법난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엄을 종교적 신념에 기대 긍정하는 발언은 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광스님은 최근 장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면서 ‘합장’을 하지 않고 목례한 데 대해서는 “자기 마음을 담아서 최선의 인사를 했다고 하는데 속으로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 경멸의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탄보스님은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취임 이후에도 편향적 발언을 지속했다”며 “당의 대변인이 9월 세계로교회 발언에 대해 부정하거나 사과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국민의힘이 총체적으로 (장 대표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단인 국민의힘이 사과해야할 지점이다”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이날 장 대표의 종교편향적 언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국민의힘에 항의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항의방문도 할 계획이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종교편향적 언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3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9월 14일 부산 세계로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여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한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특정 종교의 예배 현장에서 종교적 신념을 정치적 사건과 결부시킨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가 보장하는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구속된 목회자의 법적 문제를 두고 “하나님의 종”이라 규정하고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종교적 발언은 국민 모두를 대표해야 할 정치 지도자의 언행으로서 극히 부적절하다.
또한 장동혁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전쟁에 능한 하나님께서 싸움을 이기게 해주실 것”이라고 말하며 국가와 정치 문제를 특정 종교의 신학적 표현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다종교·다문화 사회인 대한민국을 심각한 분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행태다.
정치 지도자의 발언은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수호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장 대표의 언행은 국민을 특정 종교의 잣대로 나누는 종교 편향 그 자체이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장동혁 대표는 특정 종교 편향적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2.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부적절한 종교적 언행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
3. 국민의힘은 당내 종교 편향에 대한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앞으로도 종교 간 평등과 국민 통합을 와해하는 종교편향과 차별에 단호히 맞설 것이며, 정치권은 자비와 화합의 정신을 교훈 삼아 국민의 다양성과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2025년 9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