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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곡
댓글 0건 조회839회 작성일22-04-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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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찬양단이 된 국공립합창단

지난해 대구시가 종교 편향이나 차별이 발생할 경우 징계가 가능토록 한 ‘대구광역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를 개정한 데는 약 8년 간 적극적 대응을 펼친 불교계 노력이 있었다. 2013년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 편향 공연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동화사 스님, 신도들과 함께 적극적 대응에 앞장섰던 지우스님 특별 기고를 싣는다.


2013년 시작된 대구시립합창단 편향 공연

불교계 문제 제기에 지휘자 사퇴 했지만


2021년 기독교 찬양 공연 반복하면서

동화사 중심 적극 대응...조례 개정 성과


나의 조국, 처용 등 한국 정서 담겨야 할

창작 공연도 기독교 찬양 일색으로 왜곡


“노래와 가사는 무의식 중 사람들 잠식해

즉각적 시정 요구와 문제제기 뛰어들어야”



지우스님.

국공립합창단의 종교 편향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시립합창단이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공연으로 오랜 기간 물의를 빚은데 비해 문제 제기는 비단 최근 들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계 적극적 문제 제기가 시작되면서 관련 기관에서도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했고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이 이어졌다.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사례가 대구시립합창단이다. 2013년 시작된 대구시립합창단 종교 편향 공연은 불교계 적극적 항의로 지휘자 사퇴에 이어 조례까지 개정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 음악은 단순히 음악으로만 생각되어서는 안된다. 사상과 집단의 무의식을 서서히 잠식하여 속박되게 한다. 그럼에도 전국에 지자체 합창단이 생기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2022년 현재까지 거의 50여 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기독교 음악은 ‘클래식, 종교를 뛰어넘는 예술’이라는 일부 혹자들의 위장 선교로 암묵화되었다. 전국에 산재한 150여 개가 넘는 국공립합창단에 의해 그들의 예수 찬양 공연은 당연한 것으로 관습화되어 왔다.


국가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대한민국 국공립합창단의 최근 연주 이력을 살펴보자. 2021년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국립합창단은 하나님, 예수 찬양 가사의 기독교곡을 78%, 2019년 76%, 2020년 57%, 2021년 83% 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4년 평균 전체 연주에서 무려 74%에 육박하는 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연주했다. 또한 이들 전체 연주곡 중 한국곡은 단 22%, 유럽과 미국곡은 77%로 나타났다.


2021년 조계종의 용역 조사 결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공립합창단은 한국의 합창단이 아니라 외국 정체성을 가진 합창단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한국의 모든 국민을 위한 합창단이 아니라 한국의 기독교 찬양단을 대표하는 합창단이나 마찬가지다.


국공립, 시립합창단의 종교 편향 사례를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합창단은 한국 창작곡 ‘나의 조국’ 칸타타를 공연하면서 10여 곡 중 4곡을 라틴어로 된 종교 가사를 넣어 불렀다. 한국 창작곡이지만 곡의 구성도 기독교 미사 음악 방식인 ‘레퀴엠’을 따랐다. 더군다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 ‘처용’을 창작하면서 기독교 설정으로 꾸민 공연도 있었다. 하나님 아들 처용이 욕정으로 잘못된 길을 선택해 결국 신라인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해학의 한국적 정서를 기독교 심판의 과정으로 그린 작품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공립합창단의 연주 내용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살아있는 동안은 서양 유일신 창조설과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믿어야하고, 이스라엘의 고난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죽음에 임해서는 사후에 영원한 고통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심판의 날을 맞아 서양 유일신에게 자비와 속죄를 간절히 갈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창단 50여년 동안 국립합창단과 전국의 시립합창단이 공연한 대표적인 행적들이다.



유튜브에 ‘국립합창단’을 검색하면 ‘국립합창단 찬송가 모음’ 등 기독교 찬양곡이 줄줄이 검색된다. 사진은 ‘수원시립합창단 공연’ 유튜브 영상 캡쳐.

위에서 언급한 ‘나의 조국’, ‘처용’ 모두 한국적 내용과는 거리가 먼 창작물인데다 한국적 모티브 또한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한국 음악, 서양 음악을 따지기 전에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왜곡성과 부조화의 창작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예술이다’ ‘서양 음악의 기원이 기독교다’라는 억지 주장을 하며 ‘예술의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자체 합창단의 종교 편향 연주 문제를 제기한 불교계를 향해 ‘기독교음악이 아니라 라틴어로 불리는 곡들이 많아서 그럴 뿐 예수를 찬양하는 음악이 아니다’라는 비논리적인, 전혀 합당하지 않은 발언으로 혹세무민을 이어가고 있다. 탈종교가 가속화되는 한국사회에서 창조론과 심판론에 근거한 기독교 음악이 국공립합창단에 의해 무한 반복으로 연주되는 문제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냉정한 분석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한국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도 새로운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유튜브에 ‘국립합창단’을 검색하면 ‘국립합창단 찬송가 모음’, ‘새 신자를 위한 사랑의 선물’, ‘국립합창단 성가 합창모음’ 등 기독교 찬양곡 세트가 줄줄이 검색된다. 인천시립합창단, 대전시립합창단, 안산시립합창단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다. 국공립합창단에 의해 불렸던 기독교 곡들은 현재 부활절과 사순절 연말 연초를 가리지 않고 교회찬양단, 교회연합찬양단, 기독교 프로합창단들에 의해 시즌별로 혹은 상시에 찬양곡으로 공연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공립합창단이 기독교 찬양과 사역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국공립합창단의 민낯이다. 다시 말하지만, 교회 음악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교회의 몫이 되어야 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어떤 이유로 공공기관에 의해 종교 편향이 이뤄지는 것은 이웃 종교인에 대한 음악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해 관할 기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된다. 요구가 없으면 잘못된 행정도 그대로 관례화가 되고 작은 문제라도 문제 제기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는 시정되는 것이 관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문제제기에 대한 상황이 벌어질 때, 당장은 서로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 행정 관청과의 소통과 협조로 이웃, 시민, 군민들이 서로 화합이 되고 상생하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반복적인 국공립,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 진행되는 수많은 종교편향 문제도 개선하기 어렵다. 불교계는 지금부터라도 연대와 조직화를 제1의 긴급 과제로 놓고 대응해나가야 한다. 신문, 방송, 지자체, 서적 등의 내용을 다각도로 모니터링을 하여 종교 편향과 왜곡을 늘 주시해야 한다. 시립합창단의 종교 편향 문제를 관할 시청에 즉각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살피는 것은 종교인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이다. 앞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함에 있어 모든 국가들이 만들어가야할 소중한 덕목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왜곡과 차별, 편향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차후에 한국인이 창작한, 한국인을 위한 합창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진정한 한국인, 보통의 사람들 혼이 들어간 곡을 창작해 무종교인 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도 함께 공감하며 감동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 언제까지 서양인들의 정신으로 만든, 서양신을 찬양하는 곡만을 지향할 것인가.


소리와 가사는 사람들의 정신을 만들어 간다. 삶의 철학과 진리가 투영된 가사는 천년 만년 후에도 많은 인류에게 지혜를 줄 것이다. 이제 한국 음악계의 큰 발전의 원년이 되기를 앙망한다. 한 국인들의 활발발한 창작이 진행되도록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절실하다. 꼭 종교곡을 부르고 싶다면 종교 페스티벌을 기획해서 모든 종교인과 무종교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마음껏 향유하는 축제를 여는 것이 음악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민족 화합에도 크게 일조할 것이다.


이제는 내 종교만 믿어야 한다는 배타적 독선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다. 무종교인, 이웃 종교인과 더불어 함께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 자유로운 소통과 화합으로 건강하게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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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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