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홍선기 동국대 교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 

정교분리 위배한 법안 ‘위헌’
정부위원회 꾸려 준비·운영
범정부 차원 협력·지원 담겨

전형적인 천주교 행사임에도
‘세계 젊은이의 날’로 홍보
천주교 국교인정 해석될 수도

홍선기 동국대 교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청년들의 신앙을 독려하기 위해 1984년·1985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세계 청년들을 초대한 뒤로 이어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종교행사이다. 그런데 법률 제안 이유에서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청년들의 순례와 친교를 위한 대회라고 하면서 천주교 행사를 넘어서 세계 청년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대회 일정을 보면 ‘십자가의 길 묵상’, ‘밤샘 기도’ 등 전형적인 천주교 행사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톨릭 행사임이 분명함에도 ‘세계 젊은이의 날’이라 홍보하며 종교와는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법률안은 세계청년대회와 관련된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정부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차관, 교육부차관이 되며, 대회 준비와 개최를 위해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조직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조직위 요청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게다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조직위원회의 설치·운영, 세계청년대회의 준비·운영, 세계청년대회 관련시설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이는 사실상 천주교를 국교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헌법 제20조 제2항도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의회는 국교설립(國敎設立)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헌법을 개정한 일본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헌법에 규정했다. 일본헌법 제20조는 제1항에서 “신교(信)의 자유는 누구에게든지 이것을 보장한다”고 한 후, “어떠한 종교단체도 국가로부터 특권을 받거나 또는 정치상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종교단체가 국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거나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어 제2항에서는 “누구든지 종교상 행위, 축전, 의식 또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강제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가권력이 종교적 행위를 강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이른바 소극적 종교의 자유를 규정했다.

또한 재정(財政)에 관해 규정한 제89조에서는 “공금 기타 공공의 재산은 종교상의 조직이나 단체의 사용, 편익이나 유지를 위하여 제공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함으로써, 종교에 대한 공공의 재정지원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1997년 에히메현 다마구시료(玉串料) 사건에서 지자체가 야스쿠니 신사 등에 공물 봉납금을 공적으로 지원한 행위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재판관 15인 중 13인의 압도적 다수로 헌법 위반을 선언하였다. 이 판결에서 재판소는 “지방정부의 금전 봉납은 종교적 의식에 공금을 지출한 것으로 특정 종교(신토)에 대한 특혜를 의미하여 헌법상의 정교분리 및 신앙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판시하였다. 즉 “국민 세금으로 종교의식을 지원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7년의 에버슨 판결(Everson v. Board of Education)에서 국교부인조항이 단순히 국교설립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특정 종교나 교파를 지원 또는 우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교 일반에 대해 지원하거나 우대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법률안을 살펴보면 그저 천주교이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우대조치는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의 의미는 적극적인 면에서는 국교의 금지, 또는 국가에 의한 종교활동을 금지한다는 의미이며 소극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특정 종교의 우대 또는 차별금지를 뜻한다.

우리 헌법 제11조에 제1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본법의 대다수의 조치들이 사실상 천주교 이외의 다른 모든 종교들에게는 배제된다면 종교로 인해 차별을 받게 되는 구조적 모순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본 법률안은 그 자체로 위헌 무효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개입과 국가조찬기도회 등으로 인한 논란 등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못해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홍선기 동국대 교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

[불교신문 3889호/2025년9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