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령시가 무창포해수욕장에 설치하려는 조형물 시안. 보령시는 조계종에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시의회에서는 모세상이라고 답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 보령시가 무창포해수욕장의 상징물을 만들겠다며 고대 기독교 성서에 등장하는 ‘모세’상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보령시가 충남도 예산을 들여 공공장소에 특정종교를 홍보하는 석상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보령시가 지난해 12월 보령시의회에서는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모세’상을 조성한다”고 보고해놓고도, 이를 지적하는 조계종에는 “‘모세’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거짓답변을 담은 공문을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계종은 “보령시가 시민들의 혈세로 특정종교 홍보조형물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조계종까지 기망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된 모세상은 보령시가 ‘관광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무창포해수욕장에 설치하려는 조형물이다. 무창포해수욕장은 매월 보름과 그믐날을 전후해 해변에서 1.5km 떨어진 석대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썰물 때마다 높게 튀어나온 지형이 드러나는 현상인데, 이 지역에서는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이라고 불린다. 또 일각에서는 ‘모세가 홍해를 갈랐다’는 기독교 성서에서 유래한 ‘모세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이에 보령시는 지난해부터 무창포해수욕장의 상징물을 조성하겠다며 충남도 예산 7억원을 들여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조형물’ 설치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4월 디자인 선정을 거쳐, 10월 설계용역을 완료했으며, 11월 계약심사를 완료해 제작설치 업체를 선정한 상태다. 보령시는 올해 12월까지 조형물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보령시가 설치하기로 한 조형물의 시안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서양인이 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석상의 모습이 ‘모세’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가치 강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마다 유명 관광지에 상징적인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보령시가 추진하는 ‘모세상’은 한국적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무창포해수욕장에는 “석대도에 있었던 아기장군과 바다를 지키는 해룡이 줄다리기를 할 때마다 땅이 솟아났다”는 ‘아기장군과 석대도’라는 민간에서 구전되던 전설도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민간설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지역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보령시가 지역적 정서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특정종교를 홍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세상을 고집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역언론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보령시의 무창포해수욕장 조형물 설치에 우려를 표했고, 총무원 사회부도 3월 10일 보령시에 공문을 발송해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보령시는 3월 12일 조계종에 보내온 회신 공문에서 “조형물이 모세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조계종의 의견에 대해서는 모세의 형상이 특정화되지 않아, 본 인물상만 보고 모세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변했다. 보령시가 추진하는 조형물이 ‘모세’와 관련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불교IN>이 확보한 보령시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보령시는 처음부터 모세상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송모 보령시 과장은 지난해 12월 6일 보령시 자치행정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예결산위원회 회의에서 ‘바닷길에 들어가는 곳에 조형물을 설치한다 했는데, 그것을 하고 있나’라는 A 보령시의원의 질의에 “모세상으로 확정됐다”고 답했다.
이어 A의원이 “기독교에 나오는 모세상이요?”라고 재차 묻자, 송 과장은 “예, 모세가 지팡이를 멋지게 들고 있는 (그)거요”라고 했다. 특히 송 과장은 계속된 A의원의 질의에서 “모세상은 국산 화강암으로 제작되며, 지면에서 12m의 크기로 만조가 되면 수면 위로 모세상이 드러난다. 그러면 멋있을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조계종에 보낸 해명과 달리 보령시가 애초부터 무창포해수욕장 조형물로 ‘모세상’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조계종에 “모세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종교편향 행정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한 ‘거짓해명’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조계종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진경 스님은 “보령시가 종교편향적 행정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조계종에 거짓해명 공문을 보낸 것은 불교계 기망을 넘어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며 “이에 대해 보령시장은 물론 이 사업이 충남도 예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충남도지사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편 송모 보령시 과장은 3월 14일 <불교IN>과의 통화에서도 “모세상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보령시는) 그런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다, 보령시의회 회의록을 언급하자 그제서야 잘못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송 과장은 “조형물에 대한 계약이 완료되고 이미 발주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업을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