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재단이 최악의 선택은 피했다.”
열린송현광장 대신 용산공원이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이다. 최악은 피했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뜻이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그 자체로 불교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정서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열린송현광장이 검토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곧이어 터져 나온 조계종과 태고종의 범 종단적 반대 목소리로 가시화됐다. 정권에 의한 종교탄압과 특정 종교 편향의 아픈 시대를 겪으며 그 상처를 오롯이 안고 있는 불교계로서는 양 종단 행정의 중심부인 총무원 턱 밑에 이승만기념관이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반응에는 단순히 특정 장소 문제를 넘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었다. 즉, 열린송현광장 불가론뿐 아니라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가 다수 국민의 정서에 반하며 역사적·사회적으로도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용산공원 선정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불교계 입장이 크게 변함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를 반대한다는 태고종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태고종의 행정과 교육의 중심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옆 열린송현광장이 건립 부지에서 제외된 것은 다행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시켰으며 이로 인해 한국불교를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몬 인물의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자체가 안 될 말”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가 국민의 여론을 경청해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TF뉴스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2.8%가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으며, 55%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국론 분열과 종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기념관 위치와 목적이 사회적 합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열린송현광장 기념관 건립이 백지화된 이유에 대해 “불교계의 강력한 반대”를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밝혔다. 오 시장은 14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력하게 검토됐던 후보지가 사실 송현열린광장이었으나 불교계의 반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태고종 본산과의 근접성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이 태고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역사적 인식이 반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용산공원이 부지로 결정되면서 불교계와의 갈등 양상은 벗어났겠지만 불교계와 시민들의 우려는 단순히 장소의 문제에 국한돼 있지 않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그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사회적, 종교적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기념관 건립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불교계와 시민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올바른 역사적 평가와 사회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루기는 어렵다. 서울시민 52.8%가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서울시와 기념사업회 측은 거듭 숙고해야 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