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시장 유정복)가 2027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특정종교에 대해 과도한 행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인천시는 국민 세금 수백억을 들여 천주교도 ‘이승훈’ 기념관을 짓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인천시는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인천 남동구 장수동 산135-4번 일원 4만5928㎡의 부지에 ‘이승훈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인천교구가 건립한 지하2층~지상1층 연면적 1,614.6㎡ 규모의 ‘이승훈 기념관’이 건립된다. 사업비는 인천시 111억, 인천교구 50억 등 총 161억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념관은 인천교구가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며, 건립 후 공간을 무상사용한다.
향후 인천시는 역사공원을 중심으로 명예도로명 ‘이승훈베드로길’도 부여한다. 또 종교문화 프로그램을 개발, 천주교 순례길로 확장하는 등 종교문화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인천시에서는 “이승훈 역사공원을 매개로 국내외 대표적인 순례성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데, 문제는 해당 인물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비종교인, 타종교인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데다, 천주교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가톨릭 사전에 따르면 한국 최초 영세자인 이승훈(1756~1801)은 여러 번 ‘배교(세례를 받은 자가 한번 공헌한 서약을 버리는 행위)’하고 교회를 떠났던 인물이다. 1758년 천주교서적을 불태우고 벽이문을 지어 자신의 배교를 공언했으며, 이후 다시 교회로 돌아와 신자들에게 성사를 집전했지만 1787년 서학서를 공부했던 사건이 문제되자 배교, 1801년 또다시 배교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런 차원으로 보더라도 한 종교 내에서도 양가적 평가를 띠는 인물을 기리기 위해 시비 111억을 들이는 것은 과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천시가 종교감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12년 본격 추진됐는데, 10여 년간 공무원들이 수차례 바뀌며 종교형평성 등의 문제의식 없이 관성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는 대표적인 종교편향 사례로 꼽히는 서산 해미읍성에서도 똑같이 제기되는 문제다. 지난 1월 서산시에 공공사적지에 천주교 순교역사만 덧씌우는 점 등을 문제제기하자, 서산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사업”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전해온 바 있다.
이밖에도 인천시가 역사공원 조성을 위해 수원교구에 “이승훈 유해 일부만이라도 달라”고 수차례 요청해서 들여온 점, 부지에 개발제한구역과 정수시설이 있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었던 점 등이 과도하다고 지적됐다.
이러한 지적에 인천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사업은 2011년 이승훈 묘역이 문화재 지정된 이후 천주교에서 제안해 진행된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진행된 사업이라 답변하기 갑작스럽다. 사업연혁을 살펴본 뒤 추후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향문스님은 “인천시에서는 사업 초창기부터 종교형평성과 시민 눈높이 등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라며 “이정도면 호국불교로 활동했던 스님들 업적과 공권력에 의해 피해받은 10·27 법난 등 근대 역사도 성실하게 조명하고 예우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flower@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