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 체계가 성경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주장한 가운데 교계 출·재가단체장들의 거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광 스님을 비롯한 재가불자들은 대통령의 이례적이고 선 넘는 발언을 지적하며 “심각한 종교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 개탄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광 스님과 김영석 조계종 포교사단장,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장정화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회장은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대한민국은 국교가 인정되지 않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있는 나라다. 이 모든 것이 헌법에 규정돼있다. 다수 헌법학자들도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불교인으로서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 수장으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벌써 기독교 측에서는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았냐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교과서 수록까지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으로 종교 간 분쟁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역·계층·이념 갈등에 버금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광 스님은 단순 배경의 특성, 외교적 관례라고 치부하기엔 그동안 보여준 윤 대통령의 친기독교적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스님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교회장로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도 했었으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이들조차 헌법 체계가 성경에서 나왔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은 결국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이야기”라며 “대통령 마음 한편에 기독교에 의해 대한민국의 토대가 만들어졌고 사회가 발전했다고 믿는 맹목적인 신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재가단체인 조계종 포교사단도 거세게 반발했다. 김영석 포교사단장은 “우리나라는 이슬람 국가와 같이 국가 통치자 위에 종교 지도자가 있는 구조가 아니다.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연이은 헌법과 성경 연관 발언은 기독교인들에 의해서만 권력이 나온다고 다통령 본인은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사회이기에 공존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 중립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나서서 편향적 발언을 일삼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부 기관과 공직자, 정치인들의 끊임 없는 종교편향 행위를 지적하면서 “이를 똑바로 잡기 위해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불교계가 들고 일어서야 될만큼 심각한 사안이지만 대통령은 문제 의식이 없는 듯하다”며 “우리 1만여명의 포교사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법 제정이 될 때까지 항의운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인 이상훈 교불련 회장도 “헌법 기초가 성경에서 나왔다는 것은 팩트에 맞지 않는다. 기독교의 역할, 선교사들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고 있다”며 “정치적·외교적인 행동으로 이해하고자 해도 여러 가지 발언을 종합해보면 발언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갖는 파장,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볼 때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종교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현 대불련 회장과 장정화 대불청 회장도 종교갈등을 우려하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라는 책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유정현 회장은 “헌법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말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헌법을 부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사회에 무책임한 발언은 종교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비종교인에게 그릇된 인식을 남길 수 있다. 잘못된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며 진상규명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장정화 회장도 “대통령으로서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식으로 특정종교에 치우친 발언은 불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갈등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진중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