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시장 홍준표)가 4월27일 종교화합자문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정 종교 편향성이 짙은 합창곡 공연을 부결시킨 것에 반발하는 일부 지역 여론에 떠밀려 성급하게 해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논란의 시작은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이 찬송가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겠다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4월 초 종교화합자문위는 조례에 따라 곡 선정을 심의했고, ‘창조주에게 무릎을 꿇고 하나가 되자’ 등의 구절이 특정 종교에 편향된다고 판단해 부결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 결정에 대해 지역 예술계와 개신교계, 지역 언론사 등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서 위원회를 아예 없애겠다고 공표했다. 홍 시장은 종교화합과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를 두고 ‘검열기구’라고 낙인찍는 등 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종교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불교계 10여 년 노력의 결실이 시장 한 마디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스님은 “종교화합자문위원회는 검열기구로 기정사실화되며 설립 정신과 본질이 얼룩져버렸다”며 “무엇보다 위원회가 마련되고 1년이 막 지난 시점임에도 ‘개정’ 혹은 ‘공론화의 장’도 없이 어렵사리 마련된 제도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제 종교편향 공연이 일어나면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스님도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만들어진 과정에는 종교 간 갈등을 없애고 화합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다”며 “위원회가 만들어진 정신을 잘 계승하고 보완해서 운영하면 될 텐데 폐지 결정은 성급하다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구시는 지역 예술계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 검토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본지와 통화에서 위원회 해산에 따른 의견수렴 과정과 배경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립예술단의 종교편향을 막을 별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겠지만, 어떻게 책임 있는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구시의 성급한 폐지 결정이 오히려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불교신문 3767호/2023년5월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