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도지사 김진태)가 공식 운영하는 카카오스토리 채널에서 기독탄신일을 부각한 데 비해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정을 홍보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SNS상에서 특정 종교의 편향된 홍보와 용어 사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원도청은 “종교편향 의도는 결코 없었지만, 불교계가 불편하지 않도록 향후 도정 업무에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21일 강원도청 카카오스토리에는 강릉시기독교연합회 등에서 주관하는 ‘제2회 강릉 크리스마스 겨울축제’ 홍보글이 게시됐다. 12월19일에도 기독탄신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내 카페와 관광지를 소개했다. 해당 글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으로 기독탄신일을 축하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기뻐하라(Merry) 그리스도(Christ)의 성체성사(Mass)를’이라는 뜻으로 예수를 찬양하는 종교적인 의미이다.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에서는 특정 종교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종교·다문화 사회의 종교 다양성을 저해하고 갈등 유발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어 사용을 지양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강원도가 공식 SNS채널을 통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게시한데 반해 올해 부처님오신날과 관련된 글은 일체 다루지 않아 불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본지에 제보한 천태종 신도 A(55)씨는 “지난해 연말에 기독탄신일 관련 게시물들이 이어졌는데 정작 부처님오신날 전후해서는 아무런 게시물도 없었다”며 “강원도청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SNS에서 특정 종교의 기념일만 부각하는 모습이 다분히 종교편향적 행정이라고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결코 종교편향 의도는 없었다”며 “연말연시 분위기를 띄우고 젊은 층을 겨냥하는데 기독탄신일을 차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채널에 템플스테이나 산사 정보도 올리고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 부처님오신날 관련 도내 행사도 균형 있게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가 법률로 정하고 있는 ‘기독탄신일’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 종교의 교주를 찬양하는 ‘크리스마스’라는 용어를 정부기관에서 사용한 것에 대해 “‘크리스마스’라는 용어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며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은 “정부 기관의 행정은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종교편향 의도가 없더라도 편파적이라 느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문제지적이 타당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신안군 천사섬 사태’ 때 담당 공무원들에게 해당 내용이 왜 종교편향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켰던 전례가 있었다”며 “종교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담당 공직자들의 공정한 종교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태 인턴기자 pureway@beopbo.com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