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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종교 중립 의식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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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08종교편향
댓글 0건 조회4,178회 작성일23-01-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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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종교 중립 의식 여전히 부족하다

기자명 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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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 입력 2023.01.06 20:29  
  • 호수 1664  
  •  댓글 5
 

시무식 석상서 찬송가 부르며 ‘눈물’
“청계천 복원 하나님 역사”와 유사

사퇴가 마땅… 개인 일탈 치부 안 돼
정부, 공직사회 종교편향 대책 절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시무식에서 예수를 찬양하는 시를 낭송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고위공직자의 준법여부를 감시하는 공수처장이 자신의 종교색을 직원들 앞에서 서슴없이 드러내며 스스로 공무원의 종교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공수처장을 맡으면서 직면해 온 어려움 때문인지, 신앙심이 높아서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찬송가를 부르며 울었다고 한다.

불교계의 비판에 “공직자이자 수사기관장으로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면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한치의 치우침 없는 자세를 견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교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교계가 이 사안을 무겁게 바라보는 이유가 있다. 공무원의 종교 중립 의무를 요구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에 따른 폐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적어도 지난 20여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종교 편향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건 1990년 초반, 개신교 장로였던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후보 시절 ‘주일’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에는 선거 유세를 하지 않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실제로 청와대에 들어간 직후 자신이 다니던 충현교회를 비롯한 개신교 목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족 예배를 올렸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는 세상이니 장관도 버젓이 공개 예배를 보았다. 목사 부인인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개신교 인사들을 청사로 초청해 식당에서 예배를 올렸다.(1993) 김숙희 교육부 장관은 고입‧대입 검정고시 일자가 부활절과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시행 12일 전인 5월 5일 ‘어린이날’로 바꿨다.(1995) 김한규 총무처 장관은 공무원 임용 시험을 평일에 치른다고 발표했는데, “고위공직에 임용된 것은 복음사역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는 인터뷰 내용은 지금 떠올려도 충격이다.(1996)

임내규 특허청장은 월례 조례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 했다.(2001) 전태홍 목포 시장은 ‘2004 목포복음화 대성회’에 참석해 “목포시가 하나님의 도성으로 발돋움하도록 기원해 달라”고 했다. 서울 시장을 역임할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2004)한데 이어 청계천 준공식에 개신교 목사를 초청해서는 “청계천 복원은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라고 축사(2005)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교계의 우려대로 ‘특정종교 공화국’을 만들었다. ‘알고가’가 대표적이다. 국토해양부가 관리 운영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 ‘알고가’에 작은 교회까지 표기됐으나 수도권의 주요한 사찰들은 전무하다시피 누락됐다.(2008) 또한 어청수 경찰청장과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등장한 ‘경찰복음화’ 포스터기 각 경찰서 공보판에 게재됐다.

2008년 8월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종교편향 범불교도 대회.

한국의 종교편향에 따른 갈등을 분석한 전문가들이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각료 인선과 정책결정 또는 행정집행을 하며 종교편향을 드러냈기에, 각급 관청과 공직자들은 그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노골적인 종교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이를 부채질하는 건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원칙을 지켜내고 국민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규탄 범불교도 대회’에 20만 대중이 운집한 것도 고위공무직의 종교편향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2008) 그 원력으로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했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서 종교에 따른 차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2008)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된 인식과 언행이 차별행위임을 철저히 인식한 고위공직자라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 석상에서 예수를 찬양하는 시를 읽고, 찬송가를 부르며 울지 않는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김진욱 처장의 사퇴 촉구와 함께 정부에 “공공영역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안들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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