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성공한 기독 정치인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김기현 의원이 유력후보로 거론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교회 장로인 김 의원이 한 강연장에서 ‘정교분리’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에 이어 “정치권에서 기독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기독 정치인들을 양성·배출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여당 내에서 노골적인 종교편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 따르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의원이 유력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가운데 핵심으로 거론되는 장제원 의원(장성만 목사 아들)과 연대(‘김장연대’)를 선언한 이후 당내 입지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11월30일 관저에서 당권 주자로는 처음으로 김 의원과 독대 만찬을 했다. 이 때문에 ‘윤심’이 김 의원에게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배후에 보수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보수기독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 부부가 보수기독교계 지도자들을 관저로 초청한 만찬에서도 김 의원 부부가 초청됐다. 최근 교회 장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김 의원과 만나 전당대회와 관련해 “통합과 연대 측면에서 김 의원이 적임자”라며 힘을 실어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의원이 지난해 5월9일 ‘제59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 특강에서 했던 발언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독신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오늘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하나님께서 합동교단의 큰 지도자들이 있는 기도회에서 정치와 신앙이 무엇인지를 간증하고 고백하게 하신 것이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했다)”며 “크리스찬 정치인으로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저의 솔직한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회에 다녔고, 60여년 세월 동안 교회에서 주일학교, 청년부 성가대에서 (활동하며)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크리스천을 베이스로 살아왔지만, 막상 정치권에 들어오니 과연 내가 크리스천 정치인이냐, 무엇을 가지고 그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 하나님 앞에서 내가 정말 크리스천 정치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던질 때마다 참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또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기독 개신교는 일제 침략 시대를 겪어오면서 정교분리를 강하게 교육시켰다. 의료, 교육, 빈민구제 활동 등 이런 것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고 여겼다)”며 “(그렇다보니) 크리스천 정치인들을 양성하고, 그 양성된 크리스천 정치인들이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모니터링 하는 이런 시스템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성공한 기독 정치인의 모델을 만들어보자,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자 나의 소명”이라며 “저는 그런 확신을 가지고 저에게 주어진 이 미션필드에서 제 역할을 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교회가 정치지도자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교회에서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시도지사 선거, 대통령 선거에 나가도록 권장해야 한다”며 “(그렇게 출마한 사람이 있으면) 소극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키워서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그냥 표로 밀어주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고, ‘기독정신이 무엇이다’ ‘하나님께서 너에게 주신 사명은 무엇이다’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그래서 미션필드에 뛰어들어 그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다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계종 한 중진스님은 “기독교 행사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의힘 유력 당대표로 거론되는 김 의원이 이 같은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정치인이 정교분리 원칙을 부정하고 자신의 종교를 드러낸다면 향후 한국사회는 심각한 종교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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