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십자가 트리를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공공 영역에 십자가가 달린 성탄트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10여 년 전 권고했음에 도, 이후 지자체 측이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매년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서울시청 광장 앞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됐다. 내년 1월1일까지 불을 밝힌다. 종단도 매년 조계사 일주문 앞에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트리연등을 환하게 밝힌다. 그러나 올해도 시청광장에 불 밝힌 트리는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걸려 종교가 다른 타종교인이거나 시민들로 하여금 거부감과 불쾌감을 주고 있다.
사실 서울시청 앞 트리는 2002년까지 십자가가 아닌 ‘별’로 장식돼 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꾸준히 별 모양 장식이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첫해부터 십자가 모양을 사용했다. 그때부터 공공을 위한 장소에 종교적 편향성이 강한 장식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십자가 트리 논쟁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2008년 12월 한 시민이 문화체육관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에 “크리스마스트리 위의 십자가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문화적 상징물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철거하거나 십자가를 별 모양으로 교체해 달라”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체부는 서울시에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권고 의견을 전달했다. 문체부는 “최근 개최한 공직자 종교차별자문회의에서 종교상징물로 인해 일반 국민이 불편을 겪지 말아야 하고, 다른 종교 기념일의 상징물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십자가 설치는 유지되고 있다. 다만 특정종교 행사에 시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서울시는 트리 설치에서 손을 뗐고, 대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개신교 단체가 예산을 들여 트리를 설치하면서 계속 십자가 장식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을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고, 운영관리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종교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서울시 측은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본부 문화정책과 측은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 등에 따라 종교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종교기념일 전후 국민 정서와 종교간 소통 등을 고려하고, 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종교 다양성과 감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무책임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불교계 경우, 부처님오신날 점등식 때 국보 등 문화재를 형상화한 탑등에 불을 밝히는 등 불특정 다수 시민들에게 종교적 상징물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묘장스님은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공공영역에서 종교적 자유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종교적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상징물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시민 친화적인 상징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상태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논란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개신교의 이웃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속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영역의 시설물에 특정종교 상징물이나 글자가 들어가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갖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746호/2022년12월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