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7일, 조계종 사회부·문체부 함께한 소통 간담회서
“지난 50년간의 관행 바꿀 것”…법제화 필요성도 공감
지속적이고 노골적인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은 국립합창단이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해야 한다”는 불교계의 지적을 인정하고 올해는 특정종교 색채를 배제한 공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립합창단은 2월17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조계종 사회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과 진행한 ‘국립합창단의 종교차별 소통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조계종 사회부장 원경 스님, 윤영희 사회차장과 윤의중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등 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국·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 논란은 오랜기간 지속됐지만 일회성 문제제기와 단순사과를 반복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법보신문과 몇몇 스님들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국·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행위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불교계 공분도 확산됐다. 조계종 사회부도 지난해 10월 문체부에 공문 발송을 시작으로 잇따라 문제제기를 하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가 국립합창단과 조계종과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이번 간담회가 이뤄졌다.
이날 사회부는 “국립합창단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다양한 종교,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해야 한다”며 “국고지원 85%를 받고 운영하는 국립합창단이 단지 클래식이라는 이유로 특정종교 음악을 중점으로 공연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음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색 없는 음악으로 누구나 이질감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특정종교에서 찬송가로 사용되고 있는 음악을 클래식이라며 ‘국립’의 명칭을 달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문체부와 국립합창단에 △한국적 정서 등을 고려한 창작곡을 늘릴 것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 △곡목 선정 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해 특정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요청했다.
이에 국립합창단은 “올해는 바흐의 대곡 한 곡을 빼고 나머지는 종교색을 빼고 공연하려고 계획 중”이라며 “종교 색채를 배제한 창작곡도 늘리겠다”는 긍정적인 답변과 특히 “이사회를 통해 규칙을 개정하고, 지난 50년 동안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종교차별이나 편향 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공연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에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장 원경 스님은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은 골이 깊은 문제다보니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명확한 제도적인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시립합창단이 국민 전체를 위한 합창단이 되어야 한다며 찬송가 공연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개선을 촉구해온 종회의원 지우 스님도 “국립합창단이 스스로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하루 속히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합창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21호 / 2022년 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