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울시의회 지원 움직임에
특정 종교행사 공공성 논란 일어
“국가재정 투입, 정교분리 위배”
종교계·시민사회 철회 촉구 나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로고.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를 앞두고 정치권이 잇따라 지원 특별법을 발의한 가운데,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계를 비롯한 이웃종교들은 공공성 없는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한 지원은 종교 화합을 해치고 재정력 낭비를 불러온다며 강하게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회까지 나서 대회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하면서 ‘공공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교황과 함께 모여 신앙과 문화를 나누는 국제행사로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열린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약 70~100만명 이상이 참가하고 최근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서울세계청년대회를 지원하는 내용의 ‘2027 서울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7일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달 19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33명 의원이 추가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대표발의 최형두‧박수현‧이해민). 이들 법안은 대회 기간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난·안전 관리, 감염병 대응, 교통 대책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명시했다.
서울시의회도 지난 10월 20일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해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번 대회가 서울을 세계 청년의 도시로 부각시키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위한 조직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종교계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공공성을 지닌 ‘국제행사’가 아닌 특정 종교 신앙과 선교를 위한 ‘종교 행사’에 국가의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향문 스님, 이하 종평위)는 지난 8월 세 번째 특별법이 발의되자 성명을 내고 “특별법은 특정 종교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의 재정과 행정력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종교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신앙과 선교를 위한 행사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노골적인 특혜로 헌법상 종교의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특별법안이 안전 지원을 넘어 시설 신축비 지원, 수익 사업 허용, 후속 사업 등 전방위 지원을 가능케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톨릭 서울대교구장이 조직위원회를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토록 한 조항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종평위 측은 “행사 이후에도 종교단체가 재정적 혜택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민 세금으로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5대 종단 및 시민사회 28개 단체로 구성된 범종교개혁시민연대는 10월 2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입구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특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특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웃종교 단체와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5대 종단 및 시민사회 28개 단체로 구성된 범종교개혁시민연대는 10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이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조직위원회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국가의 포괄적 지원을 명문화한 것은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정교유착의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되며, 대회를 준비하는 교단 역시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지원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특별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특별법은 종교 지원이 아니라 국제행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행사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일 뿐 종교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직위원회 측도 “세계청년대회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문화·교육·청년 교류 행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은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적 쟁점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 헌법학자는 “특별법이 특정 종교단체를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예산·재산 귀속을 보장하는 조항을 포함한다면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공공 행사 지원을 원한다면 기존 ‘국제회의산업 육성법’이나 ‘관광진흥법’ 등 일반법 체계 안에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불교를 비롯한 이웃종교들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대회 개최나 교황 방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 종교 간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면서 “특별법안에서 제시하는 청년 국제 교류나 국제 친선 증진 등의 명분이 정교유착을 합리화하는 부분이며,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면서 국가 재정을 투입할 만큼 공공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종교계와 연대해 정교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대응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종교계 안팎에서는 국가가 특정 종교의 행사를 공공사업으로 포장해 지원하는 관행이 반복될 경우, 종교 간 신뢰가 훼손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은호 기자
‘헌법정신 위배하는 천주교 2027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저지 대책위원회(위원장 주경 스님)’ 산하 상임위원회(위원장 심우 스님, 이하 저지상임위)는 1월 1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법안 철회를 위핸 논의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