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상습적으로 찬송가 공연을 열어 왔던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해 불교계와 시민사회에 사과하고, 내부심의 및 처벌 강화 등 제도화를 통한 적극적인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는 동화사의 적극적 대응에 따른 성과로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만연한 국·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을 근절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자들은 6월21일 대구 동화사(주지 능종 스님)를 방문해 최근 불거진 대구시립합창단의 창립 40주년 공연에 다수 찬송가가 포함돼 있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앞서 대구시는 6월16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대구불교총연합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계자 징계 등의 조치결과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이를 통해 “시민의 공공자산인 시립예술단에서의 종교편향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시의 기본 원칙”이라며 “금번 불교계의 질책을 시립예술단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문화도시 대구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시립예술단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대구시는 불교계의 염려를 엄중히 인식해 최초 문제제기 시점인 5월14일 즉시 사과공문을 발송하고, ‘종교편향 예방자문휘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책 논의에 나섰다. 이후 5월17일, 6월9일, 6월10일, 6월11일에도 불교계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불교계를 포함한 종교계·학계·언론계·예술계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를 신속히 출범시킬 예정이다.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는 2014년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시가 재발방지를 위해 설치한 기구다. 그러나 자문위원회의 심의가 필수절차가 아니었던 탓에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대구시는 이번 찬송가 공연을 계기로 ‘종교화합 자문위원회’가 종교간 화합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마련을 추진한다. 특히 “시립예술단 설치조례 및 운영규칙에 자문위원회 관련 내용을 명문화하는 등 일회성 대책이 아닌 법정화된 제도로 의무화하겠다”며 “자문위원회에 프로그램의 사전 자문, 신규창작곡 발굴 등 운영방향 제시, 종교간·종교와 예술계간 소통방안 제안 등의 역할을 부여해 시립합창단이 공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어 “자문위원회를 통해 2014년 이후 시립합창단 공연의 편향성 여부 등의 현황조사 및 진상규명을 밝히겠다”며 “향후 합창단의 모든 공연은 불교계를 포함한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공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도 이뤄졌다. 대구시는 6월11일 대구시립합창단 관련 기관장과 예술감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회부하고, ‘엄중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또한 종교편향 공연을 뿌리 뽑기 위해 재발시 해촉까지 가능하도록 시립예술단 조례 및 운영규칙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동화사 관계자는 “대구시가 뒤늦게나마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 다행스럽다”며 “이를 계기로 대구뿐 아니라 공공성을 저버리고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국·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이 근절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대구지사=윤지홍 지사장 fung101@beopbo.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