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서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사찰 통행세 받아”
“문화재관람료 기본 이해 부족”…“저급한 문화인식 수준 드러내”비판확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을 빗대 사찰이 부당한 돈을 받는 것처럼 매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정 의원은 10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언급하면서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다. 정 의원은 이날 “국립공원입장료를 없애자고 해서 그랬는데, 제가 여러 절을 다니면서 불편했던 것을 이번에 다시 조사를 했다”며 “매표소에서 해인사 거리가 3.5km, 매표소에서 내장사 거리가 2.5km예요. 중간에 있는 곳을 보러 가려고 하는데 다 돈 내요”라며 “합리적입니까, 청장님”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조계종, 환경부와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제가 봤을 때는 이거는 말이 안 된다”며 “3.5km 밖 매표소에서 표 뽑고 통행세 내고 들어가요. 그 절에 안 들어가더라도 내야 해요.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요”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이 10월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PPT 자료. 정 의원은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곡해한 데 이어 봉이 김선달로 빗대 마치 전통사찰이 사기꾼 집단인 것처럼 매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정청래 의원이 10월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PPT 자료. 정 의원은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곡해한 데 이어 봉이 김선달로 빗대 마치 전통사찰이 사기꾼 집단인 것처럼 매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각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60여년 넘게 징수해 온 것이고, 국립공원 내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도 정부가 2007년 불교계와의 협의도 없이 국립공원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비롯된 것임에도 이를 사찰 측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계종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는 정부가 1967년 제정된 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공원 내 핵심지역에 자리한 문화재보유사찰과의 사전협의나 동의절차 없이 사찰경내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켰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전통사찰의 사유지는 전국 국립공원 면적 가운데 7%에 달한다. 특히 영암 월출산, 정읍 내장산,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의 경우 전체 40%가 넘는 면적이 사찰토지다. 그럼에도 전통사찰은 토지이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각종 규제법령으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다만 정부가 국립공원 지정 후 공원입장료 징수 편의를 위해 이전부터 징수해 온 문화재관람료를 합동 징수하면서 받은 것이 전부였다. 논란이 된 매표소 위치는 대부분 정부가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하면서 설치해 놓은 곳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07년 느닷없이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조계종과 사찰 측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전통사찰 자연경관 및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정한 문화재관람료 존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렇다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국립공원 무료입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고, 정당하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통행세를 징수한다’는 오해와 비판에 내몰리게 됐다. 사찰의 사유재산을 일방적으로 침해한 정부가 받아야 할 비판을 애꿎은 사찰이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전통사찰의 고충은 외면하고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일각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정 의원이 최근 문화재에 대한 가치평가가 점 단위에서 면 단위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해당 문화재와 떨어진 곳에서 관람료를 징수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문화재 가치평가에 대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조계종 관계자는 “전통사찰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유구한 역사문화를 간직한 복합문화유산지역”이라며 “그렇기에 문화재 하나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전통사찰을 둘러싼 전체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2017년 ‘한국의 산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과 그와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 의원이 이 같은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전통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봉이 김선달’을 언급하며 마치 사찰을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한 것은 저급한 문화인식 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여 대단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