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합창단이 노골적인 찬송가 공연을 지속적으로 열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구시립합창단에 이어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까지 확인되면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시립 합창단의 ‘찬송가 선교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불교총연합회 종교편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대구시립합창단의 4년간 연주 목록을 분석한 데 이어 최근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립합창단에서도 원색적인 찬송가 공연이 다수 확인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은 찬송가를 몇 곡 끼워 부른 대구시립합창단에 비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전곡이 기독교 종교음악으로 편성된 공연만 25회에 달한다. 2014년 3월20일 예수의 삶을 다룬 종교음악극 ‘바흐의 마태수난곡’, 2015년 5월21일 인간의 죄를 속죄하고 죽은 영혼을 하나님께 이끌고자 하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2017년 9월16일 구약성서 ‘열왕기’를 소재로 여호와를 찬양하는 오라토리오 ‘멘델스존의 엘리야’, 지난해 9월21일 예수의 자비를 구하고 영광을 찬양하는 ‘모차르트의 대미사’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단독 공연을 진행했다.
매년 기독탄신일을 앞둔 12월에는 ‘헨델의 메시아’가 빠지지 않고 공연됐다. ‘헨델의 메시아’는 예수의 탄생과 수난, 부활의 전 과정을 3부로 구성해 다루고 있으며, 기독교 성서를 인용한 가사는 야훼에 대한 찬양으로 점철돼 있다. 2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합창 ‘할렐루야’에서는 ‘할렐루야’가 23번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반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진행된 국립합창단의 공연에서는 불교적 특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이상 작곡가의 오라토리오 ‘옴 마니 파드메 훔!(연꽃 속의 진주여!)’ 등 불교적 색채가 짙은 합창곡들이 있음에도 줄곧 외면해왔다. 심지어 올해 4월9일에는 ‘모차르트 레퀴엠’이, 5월25일에는 예수의 자비를 구하고 영광을 찬양하는 미사곡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무대에 올렸다. 때문에 국립합창단의 선곡이 예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마음껏 찬송가 공연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비판이다. 특히 국립합창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자 국민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웃종교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양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A씨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유명한 작곡가들 대부분 기독교 음악을 작곡했지만 그것이 그들 음악의 전체가 될 수는 없다. 국·시립합창단이라면 유명한 곡이라고 무작정 공연하기보다 다종교사회라는 우리 현실에 맞춘 편곡이 이뤄질 때 음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국립합창단조차 적절지 못한 편성으로 종교편향 논란을 자초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합창단은 유튜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연을 홍보하고 있으며, 기독교 선교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립합창단 유튜브에는 홍보영상 및 공연내용을 담은 101개의 동영상이 게재돼 있다. 영상에는 원어로 불려지는 곡에 한글 자막이 함께 제공되고 있어 예수찬양이 더욱 노골적이다. 1분가량의 홍보영상에서도 ‘헨델의 메시아’를 ‘국립합창단의 대표 레퍼토리’라고 홍보하고 있어 스스로가 특정종교를 선양하는 단체임을 인정한 셈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유튜브 검색창에 ‘국립합창단’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국립합창단 찬송가’ ‘국립합창단 찬송가 모음’ ‘국립합창단 찬송가 연속 듣기’가 상위에 노출된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스님은 “국립합창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서양 음악이나 특히 기독교 음악에 편중된 공연을 하는 것은 종교편향으로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러한 그릇된 관행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불교계 전체 차원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90호 / 2021년 6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