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불교 현안
공직자윤리법 개정…공직자 종교편향 땐 처벌 조항 신설해야
정청래 불교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사찰 문화재관람료’ 해결
전통사찰 자부담 폐지·전기요금 개선·연등회 전승관도 숙원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누가 차기 정부를 이끌 것인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선은 전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불교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특히 불교계로서도 전통사찰을 옥죄고 있는 규제 법령 개선을 비롯해 전통문화보존 및 계승을 위한 정책 지원, 공직자 및 공공기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종교편향 근절 등 풀어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 법보신문은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불교현안에 대해 정리했다. 편집자
▲공직자 및 공공기관 종교편향 근절=대선을 앞두고 불교계 최대 화두는 공직자 및 공공기관의 종교편향 근절이다. 특히 대통령의 친가톨릭 행보, 경기도 광주시의 가톨릭 순례길 조성, 국시립합창단의 선교공연, LX공사의 불교 희화 콘텐츠 후원, 문화체육관광부의 크리스마스 캐럴 보급 캠페인 추진 등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는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노골적인 종교편향은 불교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정청래 의원의 불교폄하 발언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계종은 1월21일 전국승려대회를 예고하고,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2월말 범불교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공직자 및 공공기관이 국가 및 지자체 예산을 들여 불교왜곡과 특정종교 선교에 나서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 및 종교중립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범법행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공직자 및 공공기관에 의한 종교편향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불교계는 공직자 및 공공기관의 종교편향을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 각 단위에서 종교평화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종교편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공직자의 종교편향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립공원내 ‘사찰 문화재관람료’=정청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표현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정부가 1967년 제정된 공원법에 따라 사찰 경내지가 포함된 사유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편입하면서 비롯됐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전통사찰의 사유지는 전국 국립공원 면적 가운데 7%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통사찰은 토지이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각종 규제법령으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07년 느닷없이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조계종 및 사찰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전통사찰 자연경관과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정한 문화재관람료 존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렇다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국립공원 무료입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고, 정당하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통행세를 징수한다’는 오해와 비판에 내몰리게 됐다. 사찰의 사유재산을 일방적으로 침해한 정부가 받아야 할 비판을 애꿎은 사찰이 받는 셈이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국가가 문화재관람료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문화재보호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 직속 ‘전통사찰 규제개혁위원회’ 설치=전통사찰이 중첩된 규제법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당수 전통사찰이 자연공원 및 도시공원 지역에 위치해 여기에 저촉되는 법령이 10여개가 넘는다. 특히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개발제한구역 특별조치법’ ‘건축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 ‘문화재보호법’ ‘전통사찰보호법’ 등 전통사찰을 둘러싼 중복규제로 사찰이 기본적인 종교활동은 차치하고 이용에 꼭 필요한 시설 하나 짓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해 관련 법안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각종 규제들을 관장하는 소관부처가 제각각이고, 부처별 이해관계가 달라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전통사찰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해당 부처의 차관급 이상 정책결정권자와 불교계가 참여하는 ‘전통사찰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중복규제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통사찰 보수비 자부담 폐지=국회는 1997년 전통사찰보존법을 개정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전통사찰의 보존·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전통사찰의 보수정비 사업에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의 총사업비 기준을 40:40:20(국고:지방비:사찰자부담)으로 책정했다. 때문에 전통사찰은 전각 등 시설물을 보수정비하기 위해 국고를 지원받는 경우 전체 사업비 가운데 의무적으로 20%의 자부담을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자부담 기준은 각종 규제법령과 함께 전통사찰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의 대다수는 목조건축물에 대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총사업비가 높게 책정된다. 총사업비가 커질수록 사찰 자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계종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2021년 자부담 비율을 10%로 낮췄지만, 2022년부터 다시 15%로 상향됐다.
전통사찰은 역사적 의의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민족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이를 보존·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사찰 ‘전기요금’ 체제 개선=한전의 2019년 전력 계약종별 판매현황에 따르면 전기요금체계는 크게 일반용, 산업용, 주택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용 등 6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일반용은 kWh당 판매단가 130.33원으로 가장 비싸고, 가로등용이 113.91원, 산업용이 106.56원, 주택용이 104.95원, 교육원이 103.85원, 농사용이 47.74원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전국 대다수 전통사찰이 전기요금 중 가장 비싼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조계종이 2019년 81개 전통사찰 전기요금을 분석한 결과 한 해 평균 9700만원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사찰은 국민의 문화복지에 기여하는 준공공시설로, 사찰 전기료의 대부분이 방문객 편의를 위한 시설에 사용됨에도 가장 비싼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조계종은 한전의 기본공급약관 개정을 통해 ‘전통사찰용’ 혹은 ‘문화재용’의 전기요금체계를 신설하거나 할인 특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등회 전승관 건립=국가무형문화재 연등회가 2020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조계종은 연등회 전승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행되는 연등회가 이미 세계인의 문화축제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 연등회의 전승 및 발전, 관광홍보자원 확충을 위해 전승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계종은 서울 남산 충정사에 전승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승관이 건립되면 남산을 중심으로 한옥마을과 연계한 전통문화벨트가 조성돼 서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각광받는 문화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충정사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가 대부료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무형문화재 단일종목을 위한 전승관 건립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조계종은 남산 충정사를 비롯해 연등회 설행 장소인 종로 인근에 전승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대산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지본처=일제강점기 밀반출됐던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의궤가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계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2006년과 2011년 각각 국내로 돌아왔지만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65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실록 및 의궤 반환과정에서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정부는 오대산에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이 건립되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2019년 월정사 인근에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항온항습 등 전시에 최적화된 왕조실록의궤 박물관을 건립했지만, 문화재청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실록 및 의궤반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계종과 월정사 측은 “문화재는 제 위치에 있을 때 가치를 드러낼 수 있고, 지역 문화분권화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다종교·다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종교·인종·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수년째 차별금지법 제정촉구에 앞장서고 있는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2021년에도 ‘10만 국민청원 운동’ 등을 진행하며 국민적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개신교계의 극심한 반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밖에 전통불교문화 자원의 선양과 계승을 위한 ‘전통불교문화콘텐츠 진흥원 설립’과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남북불교계 민간교류사업 지원 확대’ 등도 차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불교현안 가운데 하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15호 / 2022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