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조사 필요성 홍보영상 제작위해 낄낄상회와 협업
스님에 비방·폄훼·조롱 쏟아내…“제작 의도 의심스러워”
“스님은 지적질이나 받아라.” “스님들이 멧돼지를 직접 잡아먹겠다고 스냥꾼이 될 뻔했다.” “멍청한 스님, 산에만 처박혀 있으니깐 아무것도 모르지.”
공공기업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사장 김정렬)가 지적재조사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만든 홍보영상에서 스님을 돈과 여자를 쫓는 이미지로 조롱·희화화하는 콘텐츠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LX공사는 개그콘서트 출신 유튜버 낄낄상회와 협업을 통해 몰래카메라를 가장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스님이 땅 투기를? 심지어 한 건물에 교회랑 절이랑 같이? 종교대통합, 웃음대통합’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스님과 목사를 연기하는 인물들이 땅에 대한 소유권 논쟁을 통해 지적재조사의 필요성을 알리는 설정으로, 10월31일 낄낄상회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
그러나 이 영상 속 스님과 목사는 지적재조사의 필요성보다는 서로를 향한 비방으로 재미와 웃음에만 편중된 모습이다. 이들은 “스님은 무소유가 아니라 땅소유를 하고 있었네” “풀소유 해야 될 것 아니냐” “스님들이 탬버린 대신 목탁 준비하라” “스님은 지적질이나 받아라”라며 실없는 대화를 이어간다.
특히 이들은 “스님들이 멧돼지를 직접 잡아먹겠다고 스냥꾼(스님과 사냥꾼의 합성어)이 될 뻔했다” “불국사, 해인사는 아는데 ‘재조사’는 새로 생긴 절입니까” “멍청한 스님, 산에만 처박혀 있으니깐 아무것도 모르지” 등 조롱과 야유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또 스님연기자가 몰래카메라 대상 여성들에게 “지적재조사 받을 땅이 한 2000평이 있다. 금스저(금수저와 스님의 합성어)라고 들어보셨냐”라고 묻자 목사연기자는 “스님이 여자 꼬셔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이 세상은 끝났습니다”라며 스님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때문에 LX공사가 종교인을 왜곡·비하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기는커녕 웃음과 인기만에 치중해 이를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LX공사가 공공기업체로서 성격을 등지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영상을 접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LX공사의 공공성을 부여함으로써 스님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조장하고 고착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독자가 134만명에 달하는 낄낄상회는 지난해 2월1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스님과 목사가 삼겹살 집에서 만나는 설정, 주식하는 목사 가상화폐에 전전하는 스님, 미녀 수녀 생일파티에 참석한 스님과 목사 등의 영상을 꾸준히 게재해 높은 조회수를 얻은 바 있다. 해당 홍보 영상도 이미 4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스님 “공공기관에서 스님을 희화화하는 영상을 협업해 만들었다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스님과 목사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홍보할 수 있는 매체가 많은데, 굳이 이렇게 한 것은 도저히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LX공사 관계자는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매체를 찾다보니 유튜브를 활용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게 종교인들에게 상처를 줘 대단히 죄송하며 이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