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종교편향으로 시종일관한 문재인 정부
1945년 해방에서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 15년 동안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적산(敵産) 불하 ‧ 군종장교 제도 도입 ‧ 공휴일 지정 및 종교방송 허가’ 등에서 기독교에 특혜를 주고 불교와 천도교 등을 탄압하거나 편향된 종교 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으면서 종교 판도 자체를 완전히 왜곡(전체적으로는 왜곡歪曲, 불교와 천도교‧유교 등에는 왜곡矮曲)하였다. 그 결과 해방 당시 전 인구의 5%도 안 되던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가 주류 종교의 지위로 올라가고 천도교와 유교는 소수 종교로 내려갔으며 불교는 답보상태에 머물게 되었다.
그 뒤로도 역대 정권의 종교 편향 정책과 불교 탄압은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김영삼(YS)과 이명박(MB)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이 개인 종교를 앞세우며 숱한 문제를 일으켜 불교계와 갈등이 깊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공직자들의 종교편향과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정부 안에 이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 교육을 상설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 노무현과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여론을 들끓게 할 정도의 종교 편향‧불교 차별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개인 신앙인 가톨릭만 받드는 ‘독존천주(獨尊天主)’(중국 고대의 독존유술獨尊儒術 정책을 인용해 필자가 만들어낸 말) 정책으로 시종일관(始終一貫)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순방 마지막은 성당…문 대통령 부부의 성당 사랑 발자취’라는 언론보도까지 나왔지만(2021. 6. 18 ‘한국일보’) 대통령과 정권은 이런 우려와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종교 편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5월 초 취임하고 내각 구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가 가톨릭 신부와 수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도회를 개최하고 그 사진이 언론에 등장했을 때에 ‘YS와 MB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또 다시 청와대 주변에 어른거린다’며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정권 초기에 미국‧중국‧러시아‧유럽연합 및 동남아 여러 국가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할 때에 가톨릭 주교를 로마교왕청에 특사로 보내는 유례없는 일까지 거리낌 없이 추진하면서 일부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특사 파견은 “문재인 정권이 특정 종교만을 우대하며 국민화합을 해치는 종교 편향을 이어갈 것이다”는 분명한 신호를 전 국민에게 보낸 것이다. (중남미 여러 나라와 필리핀 등 가톨릭 국가에서는 로마교왕청에 특사를 파견하는 관례가 있지만, 그 사례를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종교에만 특별한 배려를 하였다. 2018년 9월 18일~20일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할 때에, 북한에서 특별한 위치를 인정받고 있는 천도교는 배제한 채 불교‧가톨릭‧개신교‧원불교 대표만 특별수행단에 포함시켜 함께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백두산 탐방 일정에도 동참하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종교 간에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가톨릭에 특별한 혜택을 주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거졌는데, 다른 종교계 대표들은 공동 일정만을 함께 하게 하면서 가톨릭 인사에게만 따로 북한 가톨릭교협회 회장과 만나 성당 복원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이 문제를 비판하자 가톨릭 측에서는 ‘우연히 만들어진 자리였다’는 식으로 해명하였지만, 남북 당국자들의 동의와 합의 없이 북한에서 남북의 고위급 인사들이 우연히 만나 중요한 사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남쪽에서 기자회견으로 밝힐 수 없음은 상식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면서 미사 참석 장면을 공중파로 생중계하고 교왕과의 만남을 ‘알현(謁見)’이라고 공식 발표하는 등 개인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대통령이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화합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게 하더니, 2021년 5월 22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바쁜 일정 중에 가톨릭교회 워싱턴 교구장을 만나 “한국의 가톨릭 신자 비율이 12~13%이며 대부분이 지식인”이라고 하는 등 기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확한 사실이라고 믿는 확증편향’에 가까운 발언을 외국 고위 성직자에게 하여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행사를 명동성당에서 개최하여 나라 안과 밖에서 “가톨릭은 인권을 존중하는 곳”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확실히 자리 잡게 도와줄 뿐 아니라 정권 말기에는 기독탄신일을 앞두고 교회 음악을 전국 카페 등지에서 마음껏 틀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여 저작권료 문제를 해결해주는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불거지자 “불교계의 정서를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전체 국민에게 마치 불교계가 떼를 쓰는 집단으로 비치게 하는 이미지 조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승만 정권이 비구-취처 갈등 상황을 이용하여 불교계를 ‘분쟁 집단’으로 몰아갔던 것보다 더 교묘하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뜻의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는 말은 좋은 일을 칭찬할 때에 쓰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까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톨릭을 우대하는 종교편향 행동을 이어가면서 종교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화합을 해치는 것과 같은 초지일관은 매우 위험하다. 종교 편향과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YS와 MB가 ‘마구 헤매는 초보운전자’였다고 한다면 문 대통령은 ‘확신범에 가까운 교활한 운전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불교 차별은 정권 말기에까지 이어져 결국 지난 1월 21일 출재가의 종도 수천 명이 이를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놀라서였는지 아니면 대통령 개인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3월 30일 제15대 종정 예하 추대법회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필자: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