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 이하 종교편향 특위)가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청와대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면담을 요청키로 했다.
종교편향 특위는 4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성경과 헌법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이 결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독탄신일과 부활절에 교회를 찾아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음을 두 차례나 언급했다. 2022년 12월25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법학을 공부해보니 헌법 체계나 모든 질서, 제도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명과 질서가 예수님의 말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해서도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다”며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교편향 특위는 “국가의 수장으로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종회의원 법원 스님은 “국가의 헌법이 성경에서 나왔다는 발언은 매우 위험하고, 비종교인의 입장에서는 ‘헌법을 성경에서 발췌해서 만들었구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특정 집단만 고려한 종교편향 발언이라 볼 수 있다. 심히 우려스럽고 특위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위원장 선광 스님도 공감하며 “종교단체에 가서 의례적으로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 잘못된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우선 대통령의 의중인지 원고를 대필한 사람의 종교관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교편향 특위는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 회의 결과를 전달하고, 진상규명을 파악하기 위해 정무·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을 요청키로 했다. 종교편향 특위는 “청와대 측의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특위 차원에서 성명서까지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종교편향 특위는 서울시 광화문 역사물길과 관련해 총무원 사회부로부터 서울시와의 실무 협의 진행 과정을 보고받았다. 사회부는 불교사 전공 역사학자들과 불교연표안을 정리, 서울시 측에 전체 역사물길 재검토 및 불교계 연표안을 수정 요청한 상황이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