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측 “퇴거 명령 내리기 어려워” 더 황당
지난 4월14일 오후8시경, 제주도에서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불자 A씨는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남성이 김포공항 로비 한복판에서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메시지로 승객들을 맞이했던 것.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새긴 조끼를 입은 남성은 새빨간 십자가를 들었고, 십자가에는 ‘주예수를 믿으라’ ‘Believe in Jesus’라고 쓰여있었다.
불쾌함을 느낀 A씨는 한국공항공사 고객의 소리함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항공사 측은 “퇴거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A씨는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의 영역에서 특정종교행위가 방치되고 있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본지에 제보했다.
한국공항공사는 대통령령에 의한 공항시설법 시행령 제50조에 의거해 공항 내에서 폭언 또는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을 설치 및 부착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기부를 요청하거나 물품을 배부 또는 권유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위 법령을 근거로 “특정 종교를 전파하는 행위는 그 행위자가 구체적으로 공항 내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퇴거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동일한 행위가 추후 발견될 시 공항 이용객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공지하고, 공공장소에서 동 행위 자제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에 본지가 전화를 걸어 대응 여부를 묻자, 공사 관계자는 “민원확인 후 특정종교행위를 하는 남성에게 밖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남성은 잠시 바깥으로 이동한 뒤 다시 공항 로비에서 동일한 종교행위를 했다”며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불쾌할 수 있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아 강제로 퇴거 명령을 할 수 없어 지금으로써는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다수 불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강요’하고 있는 남성의 태도에 공항공사 측 대응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도심스님은 “비종교인이나 타종교인에게 ‘불신지옥’이라는 메시지는 폭언과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인이 오가는 ‘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는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특정종교행위를 자제하고 공항 측에서 명확히 규제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종교평화위원회는 이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