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 서울시 종교 편향 관련 입장 발표

서울시가 공공영역인 광화문 광장에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 터’ 등을 조성하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역사물길’ 연표석에는 천주교에 치우친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어온 것과 관련 전국비구니회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스님)는 4월18일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과 공공영역의 회복을 촉구하는 전국비구니회 입장문’을 내고 “광화문 광장이 천주교 신자의 순교를 알리는 순례 현판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서울시는 역사를 왜곡하고 공정한 역사관을 갖지 못하게 된 배경과 광화문 광장을 천주교 순례지로 만든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 광장이 조선시대 때부터 국가 행정의 중심이 됐던 공간이라는 점,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과 한글 창제로 조선을 번영시켰던 세종대왕을 모신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 등을 언급하며 광화문 광장이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공간이자 서울의 모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언급한 것. 이들은 “서울시만 해도 새남터, 당고개, 서소문, 잠두봉, 철물교, 남대문, 서대문형무소, 광화문 광장에 이르기까지 (천주교 성지로 만드는 일에)도를 넘고 있다”며 “천주교와 지자체가 국민의 혈세와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천주교 순례지는 천주교 신자들 뿐 아니라 그보다 몇십배 많은 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처형됐던 장소”라며 “이 장소에 특정 종교의 순례지를 조성하는 행위가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특히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는 역사물길에 대해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역사물길은 1392년 조선시대 건국부터 2022년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501개 연표로 새긴 것이다. 전국비구니회는 “역사물길 연표석에는 불교의 역사는 배제되고 소홀히 다뤄져 있는 한편 천주교 역사는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며 그 증거로 “김대건 신부를 순교라 표기한 것과 달리 문정왕후를 사망이라 표기하고 허응당 보우스님을 처벌이라 명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은 이제 가톨릭 신앙 서적에나 있어야 할 내용이 버젓이 홍보되는 갈등의 공간이자 역사왜곡의 장이 됐다”며 “서울시는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특정 종교의 설치물들을 철회하고 제거해 반드시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과 공공역역의 면모가 갖춰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국비구니회는 이날 ‘공공영역 광화문 특정 종교의 성역이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전문가 초청 특강을 열고 종교 편향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광화문광장의 정체성과 공공영역의 회복을 촉구하는

전국비구니회의 입장문

 

시민들의 열린 공간인 광화문광장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무엇일까그리고 이곳에 이순신장군동상과 세종대왕동상이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광화문광장은 조선시대 궁궐과 최고 관청닌 육조가 있었던 국가 행정 중심의 장소인 동시에 왕과 백성이 만나던 소통의 거리였습니다그러한 이곳에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장군과 한글발명과학기술의 발달로 조선을 번영시켰던 세종대왕을 모심으로써 광화문광장은 모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조선이라는 역사성을 가진 대한민국의 상징적 공간입니다.

이러한 광화문광장에 오늘날에는 천주교 신자의 순교를 알리는 순례현판으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천주교는 몇십 년 전부터 신자들이 처형당했던 장소를 찾아 전국의 곳곳을 천주교순례지로 만들고천주교 관련 시설을 만드는 일에 이미 도를 넘고 있습니다서울시만하더라도 새남터당고개서소문밖잠두봉철물교남대문서대문형무소 그리고 광화문광장에 이르기까지 이미 천주교 순례지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자체와 연대 속에서 국민의 혈세와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과연 천주교와 지자체의 행위가 정당한 일인지 우리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5년 광화문 현판이 보이는 가까운 곳에 프란치스코 교황방한과 순교자 124위의 시복을 알리는 바닥돌을 설치해놓고 교황방한의 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으며서울대교구는 앞으로 광화문 일대가 가톨릭 순례지가 될 것을 기대한다는 염원을 언급하였습니다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을 재구조화하면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 새로이 생겼습니다그것은 가톨릭 순교자 명단이 적힌 순교현판들과 역사물길입니다길바닥에는 서울도보관광이 새겨진 표지 안에 천주교 순교자를 상징하는 동아줄 하트모양과 발자국을 새겨넣었으며광장 중앙에는 124위 시복의 의미를 설명하는 입간판과 한국천주교 신앙증거 터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특정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인물을 공공의 장소에서 기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긍하기 힘든 내용입니다광화문광장을 비롯하여 전국에 있는 천주교 순례지는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그보다 몇십 배 더 많은 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처형되었던 장소입니다유독 이러한 장소에 특정 종교의 순례지를 조성하는 행위가 과연 상식적인 일인지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뿐만아니라더욱 공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광화문광장 바닥에 새긴 1392년 조선시대 건국부터 2022년까지의 역사물길입니다역사물길 연표석에는 조선이 서양세력의 침략적 접근으로부터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던 역사나 불교의 역사는 배제되거나 소홀하게 다루어져 있는 반면, 1784년 이승훈의 천주교 선교를 비롯하여 조선의 천주교 역사는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또 김대건 신부를 순교라고 표기한 것과 달리 문정왕후를 사망이라고 표기하였고허응당 보우스님을 처벌이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광화문광장은 가톨릭 신앙서적에나 있어야 할 내용들이 공공의 장소에서 버젓이 홍보되고 있는 갈등의 공간이자 역사왜곡의 현장이 되었습니다더 이상 조선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숨 쉬고 있고조선건국의 정신이 담긴 역사의 거리가 아니며온 국민을 포용하는 공공의 영역도 아닙니다.

여기에 대해 서울시는 역사를 왜곡하고 공정한 역사관을 갖지 못하게 된 배경과 광화문광장을 천주교 순례지로 만든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또한 특정 종교의 설치물이 철회되어야하고특히 광화문 앞의 시복표지판은 반드시 제거해서 광화문광장의 정체성과 공공영역의 면모가 갖추어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전국비구니회와 불교역사제자리찾기운동본부는 서울시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항의를 지속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