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음력 초하루 주민들은 석상에 제사를 지내고 석상 머리에는 시루떡을 얹어 놓았다.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망태할아버지 석상이 주민들에게는 수호신으로 여겨지지만 한편에서는 이 석상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주민들은 이곳에서 ‘망태할아버지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전염병과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석상이 본래 미륵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5년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망태할아버지가 맞다” vs “미륵불이다”
지역의 한 스님은 이 석상이 대흥면 대률리 송림사에 있던 미륵불이었다고 주장한다. 예산군지와 대흥면지에서도 이 석상이 송림사에서 동서리로 옮겨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스님은 “망태할아버지라는 명칭은 최근에 붙여진 것일 뿐, 본래 미륵불”이라고 강조하며 ‘미륵불 제자리 찾기’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망태할아버지’로 불려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망태할아버지는 마을의 전설과 함께 전해 내려온 존재다. 예부터 아이들이 울거나 버릇이 없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며 마을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상의 역사, 진실은 무엇인가?
2008년 내포문화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서리 석상은 조선시대 미륵불 신앙이 성행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송림사에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동서리 삼거리로 옮겨졌고, 이후 1983년 지방도 확장공사로 방치되면서 마을에 불운이 닥쳤고, 이에 주민들이 석상을 다시 동서리로 옮겨왔다고 한다.
향토사학자 이수 씨는 2020년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과거 동서리에는 작은 암자가 있었으며, 그곳에 미륵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석상이 본래 미륵불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의 마을 이장은 “석상을 조사한 전문가들이 미륵불이라 단정하지 못했다”며 “문인석이나 무인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유산 논란, 해결 방안은?
한편 논란이 이어지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동서리 석상은 예산군 대흥 슬로시티 주요 명소 중 하나인 ‘느린 꼬부랑길’ 사랑길 코스에 속해 있다. 최근 예산출렁다리, 모노레일 등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석상을 찾는 방문객도 많아졌다. 하지만 석상의 정체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문화유산 관리 방향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예산군 관계자는 “행정에서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망태할아버지일까, 미륵불일까? 석상의 진정한 정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석상의 역사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