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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꾸짖으며 책임 전가 나선 서소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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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08종교편향
댓글 0건 조회3,774회 작성일22-11-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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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4일 칠화철거 당일 내용증명 발송
왜곡 끝내 부정 “예술가 창작활동 방해”

나전칠화 기획한 최기복 전 신부 쏙빼고
아픈 작가 내세워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작품 지켜야할 영역 “침해”라 적반하장

화엄일승법계도에 ‘저작권법’ 적용한 뒤
“의상 돌아간지 70년 지나 공공재” 궤변

조선불교중흥조 보우스님 폄훼전시 여전
"불교에 반대하는 학문이 실학"으로 안내

서소문역사박물관이 법무법인을 앞세워 해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일방적인 매도" "처신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가 창작활동을 문제삼는다" 등등을 운운하며 불교계를 꾸짖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소문박물관이 비록 왜곡된 해인도(법계도)를 철거했지만 조선불교의 중흥조인 보우 스님을 요승으로 표기한 문헌은 버젓이 전시하는 등 불교 폄훼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불교계 공분을 사고 있다.

법보신문이 11월17일 입수한 내용증명에 따르면 서소문역사박물관은 해인도(법계도) 왜곡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본 박물관이 옹청박물관과 작가 측에 문의한 결과 나전칠화 속 해인도 형상은 우리 전통문화 중 하나인 '해인도의 현대화와 세계화'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한 것"이라며 "불교 가치와 가르침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하여 알려 드린다"고 통보했다. 해인도 왜곡 칠화가 철거됐다는 소식에 가톨릭계 성찰과 변화를 기대했던 불자들로선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이 느껴진다는 탄식이 나온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또 "본 박물관은 귀 사찰(해인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 종교간 화합을 도모하고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이미 말했다"면서 "그러나 귀 사찰이 보여주는 일련의 태도는 스스로 문제 해결을 요청한 당사자 입장으로 이해하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계속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귀 사찰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명승고찰임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보여준 처신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본 박물관과 나전칠화 작가들이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상표등록을 마친 해인도 도용' 주장으로 언론에 기사화함으로써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고 이는 여전히 대화 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귀 사찰의 신도회를 비롯한 몇몇 불교계 단체에서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 1인 시위를 시작하는 등 분쟁을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안으로 인해 본 박물관은 물론, 말기암 환자로 투병 중인 84세 김경자 대표작가님에게 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해인사를 향해 "처신" "진정성" 등등을 거론하며 막말에 가까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불교 성보(聖寶)에 십자가를 매단 뒤 가톨릭 역사로 소개해놓고도 사안의 본질은 쏙 뺀 채 불교계 대응에만 화살을 겨눈 것이다. 더욱이 공문만 보면 마치 불교계가 종교 간 분쟁을 일으키는 몰염치한 집단인 듯 몰아가고 있다. 해인도 왜곡 칠화 기획자는 최기복 전 신부였다.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칠화 기획과 구성을 설명한 것도 그였으며 해인도를 "하늘나라잔치하는 강강수월래"라고 궤변을 늘어놓은 것 역시 최 전 신부였다. 그럼에도 서소문역사박물관은 간간이 이름만 언급됐던 김경자 작가의 말기암 투병소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게다가 "상처를 받았다"고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하는 모양새다. 이에 불교계에선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인도 왜곡으로 불자들 마음에 입힌 상처에 관한 사과는커녕 이웃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까지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서소문역사박물관 미사장면.서소문역사박물관 미사장면.
서소문역사박물관 성당 옆 고해소.서소문역사박물관 성당 옆 고해소.

서소문역사박물관은 또 "본 박물관이 '문화 복합 공간'으로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문화적 욕구의 충족에 한걸음 다가서고자 매일 같이 분주한 노력이 뒤따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 중에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보호도 마땅히 포함돼 있음에도 귀 사찰은 박물관 고유 역할은 도외시한 채 '해인도 도용사실을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하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디 자유로운 창작의 소산인 본건 작품이 부처님의 자비하심으로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도록 보살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 현수막.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당시 공원에 걸려있었다.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 현수막.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당시 공원에 걸려있었다.

그러나 "문화 복합 공간" 발언은 '자기모순'적 변명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연면적 4만6000여㎡의 94%가 국유지에, 국비·시비·구비 596억원이 투입돼 지상1층~지하4층 규모로 지어진 공공의 건물이지만 이름만 "역사박물관"일 뿐 "가톨릭 성당 겸 순교자 기념관"과 다름 없다. 박물관 내부에는 '성 정하상 기념성당'이 들어서 있으며,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담임 신부가 신자들과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해소'도 마련돼 있다. 박물관 내부 공간 명칭도 조선 후기 세례가 일어났던 장소 '명례방'이다. 전시작부터 설치물까지 온통 가톨릭 역사로 뒤덮힌 장소다. 이에 천도교 중앙총부, 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소문역사공원은 부당한 종교편향사업" "공공역사 독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때문에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문화적 욕구의 충족에 노력한다"는 서소문역사박물관의 주장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인사가 요구한 것은 "불교계 성보인 해인도 왜곡을 바로 잡아 이웃 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자"는 것이었음에도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자유로운 창작의 소산"과 "부처님 자비"를 운운, 해인사가 마치 무례하게 박물관 고유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고 표현해 공분을 일으켰다. 심지어 해인사의 문제제기 태도를 지적하며 "일방적 매도"라고 못박아 논란의 핵심을 끝내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태도에서 성보인 해인도 왜곡에 관한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또 한국 불교계가 오랜 기간 전승해온 신앙체계이자 성보인 '법계도'에 21세기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을 적용, "의상 스님이 돌아가신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라고 강변했다. 여기서 "70년이 지났다"는 것은 '저작권법' 제3관 제39조로, "저작재산권은 이 관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2022 Visit Korean Heritage Campaign)을 위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배우 박민하가 해인도를 걷는 장면을 소개, 해인사의 해인도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유산임을 소개한 바 있다. 고운사·동화사·직지사·약사사 등 전국 사찰도 해인도를 활용해 불자들이 신행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고 있다. 

"해인도는 공공재"일 뿐이라고 지칭하는 서소문역사박물관 발언은 세간의 법적 효력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해인도를 성보로서 존중하고 천수백 년간, 전승해 온 불교계 노력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70년이 지난 이웃종교 상징물은 마음대로 변형을 가해도 이용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돼 "도리어 종교갈등을 부추기는 우려스러운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소문역사박물관은 "해인사의 지나친 처사"에도 불구, 마치 후한 인심을 내듯 "종교간 화합 및 국민화합을 위해 해인도를 삭제한 나전칠화를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본건 작품은 이 땅에서 오로지 나전칠화 작품에만 매진해 창작으로 일생을 헌신한 작가들의 창작 결정체로 부디 이번 사태가 자유롭게 보장돼야할 예술가 창작활동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잘못된 선례로 남지 않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변했다. 

"나전칠화를 기증받았을 뿐"이며 "해인도 왜곡은 예술가의 창작영역"이라고 떠넘기던 그들은 정작 끝에서 "우리가 다시 제작하겠다"는 자가당착 모습도 보였다. "시민사회 문화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거듭 강조해온 서소문역사박물관에게 가톨릭 역사를 소개하는 대형 나전칠화를 다시 제작하는 것이 "모든 시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분주한 노력"이냐 되묻고 싶다는 지적이다.

11월17일 현재 버젓이 전시되고 있는 율곡 이이의 논요승보우.11월17일 현재 버젓이 전시되고 있는 율곡 이이의 논요승보우.

한편 "시민사회의 문화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위한 공간"이라던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여전히 조선불교에 관한 왜곡된 인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계도 왜곡 나전칠화가 설치됐던 상설전시실 '불교' 코너에는 앞서 불교계가 지적했던 조선불교 중흥조인 보우 스님을 요승으로 표기한 전적이 그대로 전시돼 있었다.

또 조선시대 '실학'과 '성리학'을 안내하면서 "(실학은) 진실한 학문이다. 이 경우 불교에 반대하는 유학이 실학이다" "불교는 허학(虛學)이고 성리학이 실학(實學)이라고 역설했다" 등등 보편적 이해와는 동떨어진 설명으로 다시 한 번 조선불교를 왜곡, "불교를 진실하지 않은 종교"라고 폄훼하고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실학에 대해 "18세기 전후해 새롭게 나타난 범유학적 탈성리학 경향을 가진 사회개혁사상"으로 "주자가 주창한 성리학 일존주의 틀을 깨고 유학 기본인 민본과 위민을 재성찰, 대내외적 환경 변화를 극복하고자 한 개혁사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파를 따로 만들진 않았지만 유형원, 이익, 정약용, 최한기로 이어지는 실사구시적 학문 자세와 경세치용적 접근이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실학은 헛된 학문인 불교의 반대"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이는 박물관을 찾은 가톨릭 신자 및 일반 시민에게 불교에 대한 부정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성리학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대다수 사전에서 "송나라 이후의 유학으로 성명(性命)과 이기(理氣)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서소문역사박물관은 정도전의 '불씨잡변' 내용을 언급, "불교는 허학(虛學)"이라고 규정해 불교를 비현실적, 반사회적 종교로 오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은 "역사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천주교 선양을 위해 법계도를 왜곡하고도 사과는커녕 불교계를 꾸짖는 듯한 모습을 보니 참담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곳에는 평화가 없고 갈등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보우 스님은 불교가 탄압받는 속에서도 임진왜란의 영웅인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등 인재를 양성하고 제주에서 순교했던 고승"이라며 "천주교 순교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공간에서 불교의 순교자에 대해 이렇게 폄하하는 것은 이웃종교인 불교를 모욕·기만하는 행위로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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