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무창포에 첨부터 기독교 조형물 계획” 의혹
지난해 3월, 무창포 조형물 주민설명회 개최
모세상 등 6개 시안 중 5개가 기독교 상징물
‘알파와 오메가’ ‘구원’ 등 제목에 십자가까지
조계종, 감사 청구·문체부 진정 등 강력 대응
불교인 권오영 기자 oyemc@bulgyo-in.com
보령시가 무창포해수욕장 상징 조형물 설치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3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시안. 위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다의 신(모세상)', '알파와 오메가', '기적', '엄마가 섬마을에', '믿음의 항해', '구원의 문'. 이 가운데 '엄마가 섬마을에'를 제외하고 5개 작품 모두 기독교 색체가 농후하다. 충남 보령시가 무창포해수욕장의 상징물로 고대 기독교 성서에 등장하는 ‘모세’상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이 처음부터 ‘기독교 조형물로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령시가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을 상징하는 조형물 건립에 앞서 주민설명회에 제시한 6개 시안 가운데 단 1개를 제외하고 모두 기독교 색채가 농후한 작품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모세’상을 제외했더라도 ‘종교편향’ 논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불교IN>은 최근 보령시의 ‘무창포해수욕장 신비의 바닷길 조형물 디자인 주민설명회 결과보고서’를 확보했다. 주민설명회는 지난해 3월 28일 무창포관광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렸으며, 무창포관광협의회 회원, 어촌계장, 선주회장, 보령시 해수욕장경영과장 등 20명이 참석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보령시는 총 6개 시안을 제시했다.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인물인 모세상을 비롯해 작품명 ‘알파와 오메가’, ‘기적’, ‘엄마가 섬마을에’, ‘믿음의 항해’, ‘구원의 문’ 등 6개 작품이다. 그런데 ‘엄마가 섬마을에’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 작품 모두 제목과 디자인에서 기독교 색채가 농후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논란이 된 모세상은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서양인이 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이국적 석상으로 지역적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알파와 오메가’는 제목에서 기독교 색채가 드러난다. 특히 알파와 오메가는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말로,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A)’와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이 표현은 기독교 신앙에 매우 중요한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기적’ ‘믿음의 항해’ ‘구원의 문’이라는 작품은 제목뿐 아니라 만조가 됐을 경우 바닷길에 떠 있는 배 위에 모두 십자가 형상이 드러나는 모양으로 기독교 정서가 듬뿍 담겼다. 제시된 6개 시안 가운데 어느 것도 지역적 정서와 의미를 살린 작품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보령시는 주민설명회에서 6개 시안 가운데 ‘바다의 신’이라고 명명된 ‘모세’상이 10표를 획득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십자가를 달고 있는 배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모양의 ‘기적’이 6표, 기독교 색채가 비교적 적은 ‘엄마가 섬마을에’가 1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령시는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조형물로 ‘모세’상을 최적의 디자인으로 선정하고 실시설계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이와 관련 송모 보령시 과장은 ‘조계종 등의 종교편향 행정’에 대한 지적에 대해 “공모사업을 통해 여러 시안이 있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모세상을) 원했고, 상징적으로 신비의 바닷길 주제와 맞겠다고 판단해서 (그것을 결정했다)”며 “특정종교를 홍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그러나 보령시가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했던 6개 시안이 공개되면서 “보령시가 처음부터 특정종교를 홍보하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 아니냐”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조계종 관계자는 “보령시가 제시한 시안을 보면 6개 중 5개가 기독교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보령시가 처음부터 기독교 홍보물을 의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시안들이 하나같이 다 기독교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디자인 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보령시의회에 나가서는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모세상이라고 해놓고 조계종에 보낸 공문에는 ‘모세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던 것에 이어 ‘특정종교를 홍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답변한 내용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며 “충남도 예산이 투입된 만큼 이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문체부 공직자 종교편향 고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편 보령시가 추진하고 있는 무창포해수욕장 신비의 바닷길 상징 조형물 설치 사업은 무창포의 지역적 특징을 알리겠다며 충남도로부터 예산 7억원을 받아 진행된다. 그러나 보령시가 선정한 모세상은 지역적 정서와 동떨어질뿐더러 기독교 색채가 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이를 지적하는 조계종에 보령시가 사실과 다른 거짓해명을 내놓으면서 비판이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은 보령시의 거짓해명 등과 관련해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 중앙종회에 이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과 연대해 대응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