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천진암 강학 준비위원회 첫 회의
강학 방향성·추진 방안 등 논의…하느님 체험 이끄는 데 주안
선교사 없이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교회. 교구가 신앙선조들이 학문을 신앙으로 승화시켰던 ‘강학’을 모범 삼아 신앙선조의 얼을 따르는 ‘천진암 강학’을 추진한다.
수원교구는 7월 5일 제1대리구청에서 천진암 강학 준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천진암 강학을 마련하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
이날 회의에는 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곽진상 신부(제르마노·서판교본당 주임), 이강건 신부(빈첸시오·제1대리구 사무처장), 김유신 신부(토마스 아퀴나스·분당성요한본당 주임), 양형권 신부(바오로·천진암성지 전담), 백정현 신부(요셉·한국천주교회 창립사연구소 소장)가 참석, 천진암 강학의 방향성과 향후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천진암 강학은 1779년 천진암에서 10여 일에 걸쳐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권철신(암브로시오)·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승훈(베드로),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 신앙선조들이 모여 한역서학서를 연구하고 나아가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던 모임이다.
‘강학’이란 당시 성호학파 안에서 널리 이뤄지던 학자들의 연구 모임이다. 천진암 강학이 교회사 안에서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한역서학서를 연구한 ‘강학’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천진암 강학에 모인 신앙선조들이 강학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깨닫고, 이 자리에서 천주교에 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해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천진암 강학에 참석한 신앙선조들은 함께 모여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파공’(罷工), 기도, 묵상, 금육재인 소재(小齋) 등을 실천하면서 하느님을 흠숭했다.
교구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천진암 강학은 하느님 체험이 간절한 신자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하느님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1779년 신앙선조들이 진행했던 신학적 연구 모임인 강학이 아니라, 이 강학을 통해 선교사 없이도 하느님을 만났던 신앙선조들처럼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함으로써 신앙선조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주관한 이성효 주교는 “‘교사도, 전례적 참여도, 신앙적인 체험도 없이 어떻게 신앙을 이뤄냈는가는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라며 “우리 한국천주교회의 신앙이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면, 오늘날 ‘현대판’ 천진암 강학을 하면서 신자들이 우리 신앙 선조들의 ‘정신, 얼’을 찾고 느끼고 이어갈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천진암 강학의 의미를 밝혔다.
또한 “교구가 추진하고자 하는 ‘천진암 강학’은 교회사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신앙선조들의 그 얼을 지금을 사는 우리 신자들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들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신자들이 신앙의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신앙을 느끼고 기뻐할 수 있고, 그 신앙의 후손임에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천진암 강학’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