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이 ‘불교를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내린 유시들이 “승단의 분열과 불교의 자멸을 유도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교모한 술책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7월 2~4일 서울 동국대 일원에서 열린 한국교수불자대회 시사섹션에서 발표한 ‘이승만 정부가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과 극복 방안’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마성 스님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5월 20일을 시작으로 불교계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유시’를 1955년 12월 8일까지 총 8차례 발표했다.
마성 스님은 “이승만의 유시로 한국불교는 유혈 난투의 전쟁터로 변했다. 이로 인해 한국불교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승단분열’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면서 “이러한 이승만의 행위는 기독교 우위의 종교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승만은 “장차 한국을 완전한 예수교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대한민국을 개신교 신앙에 기초해 건국하는 ‘기독교 국가건설론’을 주창했다. 그러다 보니 이승만 정권 내내 개신교에 대한 특혜가 줄을 이었다. 이승만은 형목제도와 군목제도를 실시하고 1954년 한국 최초 민간방송인 기독교방송국과 1956년 극동방송국 설립에 특혜를 줘 선교 인프라의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기독교방송은 1960년대 초반 이미 대구, 부산, 광주, 전북 등 전국 방송망을 갖추며 수십 년간 종교방송 시장을 독점하고 국민들을 끌어 모았다. 제도적으로 지원을 받은 개신교 인구는 해방 직후 2%에서 10년 만에 10%로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마성 스님은 이승만의 정화유시가 정치적·종교적 목적에 기인하다고 봤다. 스님은 선행 연구를 인용해 “8번의 유시가 공교롭게도 이승만이 정치적 국면 전환을 요구 받는 고비 때나, 1인 독재를 위한 정치적 행보가 필요할 때마다 이뤄졌(하춘생)”으며, 이는 “개헌과 종신 집권에 필요한 이승만 자신의 이미지 구축이라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김경집)”라고 역설했다.
종교적 목적에 대해 스님은 “이승만이 불교계 내부의 분규를 조장한 숨은 의도는 승단을 분열시켜 불교 스스로 자멸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른바 겉으로는 ‘정화’라는 이름으로 불교를 위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교단의 분열을 조장해 자멸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승만의 정화 유시는 불교의 자멸을 유도하는 치밀하게 계획된 교묘한 술책”이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승단 분열로 인한 후유증은 종파 난립과 삼보정재 망실, 승단 내 폭력 등으로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게 마성 스님의 주장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성 스님은 범불교적 정부 종교편향 및 훼불 대응기구를 설립할 것과 승단 정화는 내부 동력으로 행할 것을 제언했다.
그러면서 마성 스님은 “승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율장에 명시된 불교 고유의 멸쟁법(滅諍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승쟁(僧諍)을 사회법에 제소해 소송비용으로 삼보정재를 탕진하는 것은 비(非) 불교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시사섹션에는 현재 불교계에서 문제가 되는 종교편향과 역사왜곡에 대한 연구논문 발표들이 이어졌다.
민순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불교역사 왜곡 현황과 실태- 주어사, 천진암을 중심으로’를 통해 한국 가톨릭이 불교 사찰인 주어사와 천진암을 어떻게 서학(가톨릭) 강학소로 변모시켰는지를 조명했다.
민순의 연구원은 “주어사와 천진암에서 서학 강학을 용인 내지 지원하며 그들을 보호했던 사찰을 본래 불교 사찰이었던 역사적 맥락을 소거한 채 한국 가톨릭에서 무리하게 역사를 왜곡하려는 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한국 가톨릭은 자신들이 어려웠던 시절 우호와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불교에 대해 감사와 존중의 태도부터 먼저 갖추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은 ‘천주교 성지에 가려진 내포지방 민중사’를 통해 가톨릭이 성지화하려는 충남 내포지역 역사 유적 다수가 가톨릭만의 성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홍주읍성, 해미읍성, 충청수영성 등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내포 동학농민군이 혈전을 벌이다 목숨을 잃고, 잡혀 처형된 곳이다. 홍주읍성은 을미사변과 을사늑약 체결에 항의하여 성을 점령하고 저항했던 의병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김학로 소장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역사적 공간을 두고 가톨릭만의 성지로 성역화하려는 것은 몰역사적인 행위”라며 “나아가 종교·문화·사회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행정당국은 이점에 주목해 역사 유적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불교 신중일 기자, 김가령 수습기자 motp79@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