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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승만 건국대통령’ 힘 싣기에 불교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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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08종교편향
댓글 0건 조회3,704회 작성일23-08-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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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승만 건국대통령’ 힘 싣기에 불교계 우려

기자명 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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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3.08.17 13:35  
  • 수정 2023.08.17 14:42  
  • 호수 1693  
  •  댓글 0
 

윤석열 대통령, 8·15 경축사 ‘1948년 건국론’ 옹호
1919년 임시정부 외면…개신교·일부 보수 손들어줘
개신교 기관·단체 ‘이승만 건국대통령’ 만들기 총력
“대한민국 탄생에 교회 공헌 지대했다” 거듭 강조
불교학자 “용성·만해 스님 등 독립운동 역사 왜곡”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8·15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 8월15일 건국됐다는 이른바 ‘1948년 건국론’을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48년 건국론 추진 세력 가운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내세워 “대한민국 탄생 배경에 한국 교회 공헌이 지대했다”는 개신교계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불교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교학자들은 1948년 건국 주장은 대한민국 헌법과 1919년 출범한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친일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용성·만해 스님 등 불교계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한다는 점에서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 독립운동은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독립운동을 건국 운동’이라며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는 결국 3·1운동과 4월11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대한민국 정체성의 뿌리로 보는 시각을 부정하고,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을 실질적 건국일로 간주하는 일부 보수층과 개신교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교회 기관·단체는 이번 정부를 통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며 ‘1948년(이승만 정부) 건국절’ 제정을 밀어부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교회총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인총연합회·미래목회포럼·한국교회언론회 등 기관·단체는 광복절을 전후해 ‘건국’에 초점을 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세력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해방 후 자유 대한민국이 탄생한 것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같은 신실한 지도자의 간구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열매임을 믿어 의심치 않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세워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은 당연히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다. 해방과 함께 이뤄낸 건국에 준하는 업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이 대표로 있는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은 8월14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건국절(1948년)로 정하여 국가정통성을 세우자. 대한민국이 해방 후 자유주의 선진국으로 성공 발전한 배경에는 한국교회의 공헌이 있었다.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자는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세웠다. 여기에는 기독교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제헌국회에서 의장이었던 이승만은 감리교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에게 개회기도를 부탁함으로써 제헌의회는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인총연합회는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건국에 헌신했다. 국가 성립의 3가지 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을 모두 갖춘 이 날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다. 우리나라는 분명한 역사적 사료가 있음에도, 건국절 제정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1919년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인 '영토' '주권' 등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임시정부는 독립운동단체일 뿐이고, 건국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1948년(이승만 정부) 건국론’은 보수 세력 내에서조차 동조 받지 못하고 있다.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함께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 “정부는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며 건국절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도 알려진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민정당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 인사이다. 이 광복회장은 “흥망은 있어도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다.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고 지적하며 보수 일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켜세우는 ‘1948년 건국론’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1919년 만들어진 민주 공화정 체제의 임시정부를 이어받은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8월15일 ‘건국’이 아닌 ‘수립’됐다는 설명이다. 

이 광복회장은 정부가 460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이승만 기념관’ 설립에 관해서도 ‘괴물 기념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8월3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개최를 앞두고 미리 공개한 인사말에서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까지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헌법 전문에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8월 뉴라이트 계열이었던 이영훈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건국절'이라는 용어가 역사학계에서 처음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1948년 건국론을 기반으로한 건국절 제정법이 발의되면서 정치 쟁점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이고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칭했고, 박근혜 정부도 1948년 건국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국정교과서에 명기하는 방안까지 추진해 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독립유공자회 등 80여개 단체는 건국절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 무렵 ‘이승만 건국론’ 배후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개신교 뉴라이트계 세력이 있다는 분석도 속속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선언해 논란이 일부 해소된 듯 했으나,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건국’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과거 개신교 뉴라이트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던 ‘이승만 받들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바뀌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 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념적 색채를 잘 드러내지 않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승만 추앙에 가세했다. 7월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한 장관은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박민식 장관이 보훈처장 당시 3월26일 서울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탄생 148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국가보훈처박민식 장관이 보훈처장 당시 3월26일 서울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탄생 148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국가보훈처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7월19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58주기 추모식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초대 건국대통령을 복원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국격과도 직결되어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보훈처장 당시 그간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이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3월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탄생 148주년 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1948년 건국 주장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친일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미 1919년 이승만 대통령이 자필 사인해 일본 국왕에게 보낸 공식 문서에는 1919년 4월23일 대한민국이 자주통치국가가 됐음을 문서로 통보하고 있어 ‘1948년 건국론’은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안타까운 상황에서 해방을 맞은 것도 역사의 상흔으로 남아 있는데 이승만 우상화로 건국 일자를 굳이 30년이나 물러서 잡을 필요가 있겠느냐. 오히려 독립 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고귀한 목숨을 바친 정신을 되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도 “이승만 대통령의 편향된 종교정책은 가히 가관이었다”며 “오랜 세월에 걸쳐 ‘기독교 국가건설론’을 피력하였으며, 그것의 실천을 위해 무진 애를 썼다. 1948년 5월31일 개최된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그는 식순에도 없는 기도를 이윤영 목사에게 부탁했다. 심지어 하나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무를 다하기로 일층 더 결심하며 맹세한다는 취임사를 낭독한 인물”이라며 “기독교인의 정부 요직 대거 임명, 크리스마스 공휴일 지정, 기독교방송 설립 등의 기독교 편향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승만은 분명 제정일치 사회나 정교일치 사회에서 어울렸음직한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48년 건국절’ 배경에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일제 강점기에서 현대 한국의 경제·정치 성장 원동력을 찾는 역사관)가 저변에 깔려 있고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일제강점기(1910년 한일합병)의 시작이 강제가 아니었다는 뉴라이트 사관이 흐르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번 대통령 축사는 이들 역사관으로 얼룩져 있었다. 기독교 편향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친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만드는 작업만큼은 불교계에서 동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는 “이승만 기념관 만드는 것은 그렇다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개신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승만 우상화를 밀어줄 일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1948년 건국론으로 이승만 정부가 대한민국 시작점이 된다면 다원적인 대한민국 종교 지형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개신교 세력이 대한민국의 시장 경제·민주화 토착화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승만 우상화 만큼은 불교계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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