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합자문위' 폐지 추진 관련해
중앙종회 종편위, 대구시에 강력 항의
위원장 선광스님 “각계 의견 수렴하라”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 조례 개정안 상임위 심의를 하루 앞두고, 조계종 중앙종회 스님들이 대구시청을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문위를 ‘사전검열’ 기구로 단정한 점에 재차 우려를 표했다. 또 의견 수렴없는 일방적 폐지 결정에 “성급한 폐지를 멈추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스님)는 6월19일 대구광역시청 동인청사를 방문해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면담 형태로 만났다.
종교편향특위가 김종한 행정부시장을 만난 이유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존치를 위한 불교계 입장을 재차 전달하기 위해서다. 앞서 종교편향특위는 6월14일 대구시의회를 방문해 김재우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과 면담했다. 종교편향특위는 자문위 설치 과정과 취지 등을 설명하며 ‘자문위 존치’와 ‘조례 일부 개정’을 요구했지만, 김재우 위원장은 “심사숙고 해 진행하겠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이에 종교편향특위는 대구시의회 방문 직후 홍준표 대구시장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홍준표 시장이 일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면담을 갖게 됐다.
이날 면담에는 종교편향특위 위원장 선광스님, 종회의원 응관스님, 설해스님, 총무원 사회국장 현우스님, 김나연 소리바라밀연구소장,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황보란 문화예술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면담은 1시간20분 가량 진행됐다.
위원장 선광스님은 먼저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문위를 ‘사전검열’ 기구로 단정지어버린 점에 우려를 표했다. 선광스님은 “종교화합자문위원회는 종교간 갈등을 예방하고 소통하고자 대구시에서 ‘직접’ 설치했던 기구”라며 “그럼에도 일방적 의견만 듣고 ‘검열’ ‘표현의 자유 억제’라고 단정 짓는 것은 과다하고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았지만 ‘자문기구’라는 규정과 성격상 검열기능도, 표현의 자유 억제의 기능도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선광스님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선광스님은 “최소한 이해당사자인 불교계 의견도 듣지 않고 폐지 결정이라니 설익은 열매를 따듯 없애겠다고 통보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라고 비판하며 “당장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검열인지 아닌지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종한 행정부시장은 “자문위가 없더지더라도 사전 교육과 사후 대책 마련을 통해 종교편향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종교편향 방지’ 문구를 사무실에 써붙여 매일매일 보며 늘 각성할 수 있도록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이처럼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징계, 해촉, 파면 등으로 조치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사후 대책’에 초점을 맞춘 대구시 측의 일관된 입장에 스님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응관스님은 “자문위 존치로 충분히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사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가”라며 “일부 조례를 개정해서 전체 화합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문위가 존치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견 개진하라는 공고를 내놓고도 의견 수렴 없이 사실상 폐지를 잠정 결정해놓은 대구시 행정 처리에 비판하며 “사후에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설해스님도 이에 공감하며 “공존과 갈등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를 없애버린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자문위가 만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조례 중 문제되었던 부분을 조정하는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황보란 문화정책예술과장은 “자문위 폐지가 종교편향 공연을 방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공공예술단의 종교편향 공연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지만 자문위가 ‘사전검열’ 기능을 수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보란 과장은 “폐지 발표 당시 제시했던 채용시 종교편향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할테니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면담에는 김나연 소리바라밀연구소장도 동행했다. 김나연 소장은 대구경북 주요언론에 편파적 정보만 담겨 보도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나연 소장은 “주요언론에서 ‘신’이라는 가사만 언급했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편향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곡에 ‘창조주가 느껴지는가’ ‘주님이 반드시 계실 것이라고 믿는가’ ‘하나님 환희의 성소로 들어가자’ 등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2021년 부처님오신날 전날을 비롯해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 이력을 설명하며 “자문위는 폐지를 하냐 마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자문위 신설 후 긍정적 변화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면담 후 종교편향특위는 김종한 행정부시장에 불교계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오는 6월20일에는 자문위 폐지를 위한 조례 개정안 상임위 심의가, 30일에는 본 심의가 진행된다. 이에 종교편향특위는 빠른 시일내 홍준표 시장을 직접 만나 다시 한번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4월27일 종교화합자문위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4월7일 종교화합자문위에서 대구시립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 부결 결론을 내린지 단 20일만이었다. 대구시의 일방적인 폐지 발표 이후, 불교계는 자문위를 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합당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성급히 폐지를 결정했다는 논란이 일어남에 따라, 대구시 측에 공문을 발송하고 면담을 요청, 방문해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불교계는 △대구시립합창단의 특정 종교편향 공연이 10여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점 △이에 종교간 갈등을 막고 화합하고자 자문위가 설치된 점 △설치 후 1년 6개월 간 종교편향 공연이 줄어 공공성에 걸맞는 공연문화 정착을 위한 대구시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점 △자문위를 성급히 폐지한다면 종교간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는 점 △자문위를 존치하고 ‘만장일치’ 조례 일부 개정 방향으로 좀 더 합당한 소통과정을 거치자는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종교편향특위, 종교평화위원회를 비롯한 불교계도 잇따라 대구시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중앙신도회, 전국비구니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한불교청년회, 포교사단, 국제포교사회, 종단협의회 및 소속 사찰, 포교신도단체 등이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불교계 의견서에 자문위가 ‘사전검열적 기능을 수행하여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성격의 기구’라고 회신했다. 또 자문위 대안으로 ‘종교편향 공연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예술감독 해촉 및 징계’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채용 시 심사위원회에 종교계 추천 전문가 포함’ ‘채용 시 종교편향방지 서약서 및 계획서 작성’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불교계가 대구시 회신 내용 관련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자문위는 규정상 ‘구속력 없는 위원회’라는 점 △시립합창단 공연에 필수적으로 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했다고 하더라도 ‘자문기구’로서의 성격상 구속력 가진 의결로 볼 수 없다는 점 △자문위 위원 구성과 의결 결과 역시 시장에게 보고해야한다는 내용이 없기에 사전검열의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등 이를 종합해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할 수 없는 기구라고 판단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