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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요람’ 둔갑한 주어사지 이번엔 진면목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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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08천진암 주어사
댓글 0건 조회3,713회 작성일23-07-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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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요람’ 둔갑한 주어사지 이번엔 진면목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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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3.07.07 21:03  
  • 수정 2023.07.08 11:00  
  • 호수 1688  
  •  댓글 1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8월15일까지 정밀 발굴조사 진행
“가톨릭·여주시 역사왜곡 바로잡고 주어사 정체성 찾는 목적”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여주 주어사지 실체 파악을 위한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로 ‘한국 천주교 요람지’로 둔갑한 주어사지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는 8월15일까지 여주시 산북면 하품리 산106번지 일대의 주어사지를 정밀 발굴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발굴조사는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앞서 진행한 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어사의 전체적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각각 건물지의 사용용도 등도 분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구소는 5월10~18일 진행한 시굴 조사에서 건물지 3동, 석축, 숯가마를 확인한 바 있다. 유물로는 ‘造瓦以主信(조와이주신)’이 적힌 기와, 고대 인도문자인 범자(梵字)의  암막새 조각, 백자 조각, 상평통보, 17세기 관요 백자편 등을 수습해 이곳이 절터라는 것을 확인했다. 

시굴 조사에 이은 정밀 조사가 완료되면 주어사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물론, 기존의 왜곡된 역사도 상당부분 바로잡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주어사지 입구에 설치된 ‘종합 안내판’과 ‘건물지 표지판’ 등도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주시가 2011년 5월 설치한 안내 및 표지판은 주어사지가 절터였음에도 가톨릭 역사만 서술하고 있어 “피상적이고 편향된 설명”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절터 건물지가 현재까지 세 동으로 파악됐지만, 안내판·표지판은 건물터가 아닌 곳까지 '4호 건물지' '5호 건물지'로 각각 분류하고 있어 절터 규모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비판이다. 김진덕 팀장은 “석축을 쌓은 형태로 보면 건축물 하중을 버틸 지내력(地耐力)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4~5호 건물지라고 안내된 장소는 건물보다는 사찰에서 꾸린 작은 텃밭이 있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특히 안내판에서는 어떤 고증이나 발굴 없이 “천주교 강학회 장소였다”고만 명기해 주어사가 창건 이래 가톨릭 인사만 머물렀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천주교 강학터”라고 안내된 '2호 건물지'는 시굴조사 결과 ‘옴’자의 암막새가 발견돼 사찰의 금당 자리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어사지에 설치한 안내판·표지판이 2009년 1월 여주시(여주군 문화재사업소)가 A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지표조사에 따른 결과물인 것으로 파악돼 비판이 예상된다. 

여주시와 A연구소가 발간한 ‘여주 주어사지 학술조사 연구 보고서’(2009)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어사는 우리나라 천주교 발상지 요람지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여주의 종교관련 문화재”라며 “주어사가 가진 교회사와 민족사적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안내시설물 설치가 시급하다”고 제안한다. 이어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와 명형강학회에서 해마다 주어사~천진암을 순례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지표조사 결과 주어사지에서 천주교의 발상지로 추정할 수 있는 유물 등이 발견됐다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어사를 ‘한국 천주교의 성지’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정밀 발굴조사와 학술평가 등의 결과물을 토대로 진행했어야 하지만, 여주시는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지표조사만으로 이같은 결론을 도출한 셈이다. 여주시가 혈세 4750만원을 투입해 뚜렷한 근거 없이 주어사를 ‘한국 천주교 요람지’로 둔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여주시는 지표조사 조사단에 가톨릭 관계자를 포함해 시행 당시부터 편중된 연구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 교회사연구소의 서 모 박사가 유일한 자문위원으로 포함돼 있고, 조사단은 “한국순교복자수도회의 함 모 신부와 김 모 신부가 제공한 자료에 도움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여주시가 가톨릭계 관점만 반영한 지표 조사로 불교 역사 지우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이다. 여주시는 한발 더 나아가 “천주교 요람”이라는 이유로 2012년 7월11일 주어사지를 ‘향토유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이번 정밀 발굴조사는 주어사지의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를 통해 특정종교가 그동안 주어사지를 자신들만의 성지로 둔갑시키는 등의 역사왜곡을 바로 잡고 주어사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주=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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