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풀뿌리지역언론사 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충남 시·군 여행지를 회원사별로 월 1회 소개합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해당 지역언론사가 추천하는 소개 기사에 많은 관심바랍니다. 이 달은 ‘충남지역언론’이 추천하는 천주교 순례길입니다.<편집자 주>

지난 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앞서 2014년, 온화한 미소와 낮은 자세로 충남 땅을 밟았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충남도는 단순한 종교 성지를 넘어, 교황과의 특별한 인연을 따라 깊은 감동과 평화를 찾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여행지로 다가선다. 충남지역언론연합이 교황의 숨결이 깃든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성지를 비롯해 충남지역 천주교의 역사가 깃들어있는 순례길을 걸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당진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생가가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당진시당진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생가가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당진시

교황과 아시아 청년의 만남, 당진 솔뫼성지
당진 솔뫼성지에 들어서는 순간, 빽빽한 소나무 숲이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생가가 소박하게 자리한 이곳은 번잡한 세상을 잠시 잊고 자신을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8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을 찾아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과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 당진 솔뫼성지 내 김대건 신부 생가터에서 헌화한 뒤 의자에 앉아 기도했다.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문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잔잔한 울림이 느껴진다.

[여행 Tip] 솔뫼성지 역사관에 들러 김대건 신부의 삶과 고뇌를 느껴보시길. 성지 주변의 아미미술관에 들러 잠시 예술적인 영감을 충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해미성지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형물. 사진=충남도해미성지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형물. 사진=충남도
해미성지는 조선 시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모진 박해 속에서 숭고한 믿음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곳이다. 사진=충남도해미성지는 조선 시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모진 박해 속에서 숭고한 믿음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곳이다. 사진=충남도

“깨어나라!” 교황의 외침 울린 서산 해미성지
서산 해미는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땅이다. 조선 시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모진 박해 속에서 숭고한 믿음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곳. 해미읍성의 굳건한 돌담길을 따라 걷는 동안,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들려오는 듯하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 해미성지를 방문하여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을 갖고, 폐막 미사를 집전하며 “깨어나라!(Wake up!)”라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잠든 세상을 깨웠다. 교황의 묵직한 외침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해 질 녘 붉게 물든 해미읍성의 풍경은 숙연한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여행 Tip] 해미읍성 역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당시의 아픈 역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근의 서산동부시장에서 푸근한 인심과 함께 맛있는 지역 음식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보령 갈매못성지는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등 순교자들이 마지막을 맞이한 곳이다. 사진=천주교대전교구보령 갈매못성지는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등 순교자들이 마지막을 맞이한 곳이다. 사진=천주교대전교구

파도 소리 벗 삼아 침묵의 순례, 보령 갈매못성지
보령 갈매못성지는 푸른 서해를 마주하고 묵묵히 서 있다.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등 순교자들이 마지막을 맞이한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마저 기도처럼 들리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갈매못성지를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천주교 순교 성지로서 갖는 역사적 의미는 매우 깊다.

교황 방한 당시, 한국 천주교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메시지가 여러 차례 전달되기도 했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십자가의 길을 걷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삶의 무게에 지친 어깨를 잠시 내려놓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Tip] 갈매못성지 인근의 오천항은 싱싱한 해산물로 유명하다. 순례 후, 푸짐한 해물 요리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아산 공세리성당은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이다. 사진=아산시아산 공세리성당은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이다. 사진=아산시

시간을 담은 붉은 벽돌, 아산 공세리성당
아산 공세리성당은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공세리성당을 찾지는 않았지만, 오랜 역사 동안 충남 지역 천주교 신앙의 중심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장소다.

교황 방한 당시, 한국 천주교 공동체의 굳건한 신앙과 아름다운 전통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웅장한 성당과 주변의 울창한 고목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빛줄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여행 Tip] 공세리성당 주변의 은행나무길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인근의 아산온천에서 여독을 풀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마무리다.

충남도, 세계적 순례 관광 명소 육성 계획
충남도와 해당 시·군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성지들을 중심으로 역사·문화·종교적 가치를 융합한 특색 있는 순례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서 세계적인 순례 관광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지는 아니지만 공주 황새바위성지(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곳), 금산 진산성지성당(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살았던 곳 근처에 세워진 성당, 순교 사건의 발원지), 당진 신리성지(조선 5대 교구장이었던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의 주교관이 있던 곳), 청양 다락골성지( 병인박해 당시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가 마지막 미사를 집전한 곳), 홍성 홍주읍성(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체포돼 고문을 받고 순교한 장소) 등도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연을 따라 걷는 충남 순례길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우리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여정이다. 충남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그리고 숭고한 믿음이 어우러진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교황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한편 2027년 8월에는 서울천주교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아시아에선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 이후 32년 만에, 대한민국은 물론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세계청년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