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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정부가 안전에 취약한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차세대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비를 보급하고 있는데요.

이 장비를 통한 부가서비스로 라디오 채널이 제공되고 있지만 종교방송 가운데 기독교 방송 채널 3개만 포함돼있고 다른 종교 채널은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계종 포교사단이 시정을 촉구하면서 뒤늦게 이 장비에 BBS 불교방송 채널이 추가됐습니다.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종교편향 행정 실태, 서일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터 >

팔순이 넘은 김정자 포교사는 자식들의 도움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 기기를 집 안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받아본 기기는 응급 호출과 화재 감지 기능 등은 물론 부가 서비스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돼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기기를 통해 제공된 라디오 채널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전체 채널 15개 가운데 3개의 종교 채널이 모두 기독교 계열 방송이었던 겁니다.

더욱이 일부 채널에서는 찬송가 등 기독교 음악만 24시간 흘러나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 김정자 /(85) 충북 증평군 증평읍]

[ "분통 터지지. 라디오 들으시라고 해서 채널을 보니까 이게 무슨 다른 종교에서 자기들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의 세금으로 해주는 건데 공평하게 해야 할 것 아니에요." ]

보건복지부가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돌보기 위해 현재까지 보급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기기만 7만 5천300대, 설치 예정인 기기도 10만 대에 이르는 상황.

제보를 접한 조계종 포교사단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먼저 200쪽에 달하는 응급 안전서비스 관련 정책 자료집 등을 읽으며 실태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과 3곳의 장비 제조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라디오 채널 선정 과정 등을 묻고 바로 잡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담당자들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포교사단이 공식 공문까지 발송하자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앞으로 나올 기기를 포함해 모든 어르신 응급안전 서비스 기기에서 BBS 불교방송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시정 조치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포교사단이 정식 민원을 제기한 지 사흘만입니다.
 
[ 인터뷰 ] [ 김영석 / 조계종 포교사단장 ]

[ " (포교사단 내에서도) 사실은 일주일 정도를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이 일에 집중할 만큼 사실상은 정보를 확인하고 그리고 담당자를 만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5,000명 포교사의 포교사단이라는 것을 가지고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

포교사단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공공 영역의 종교 편향 행정이 시정됐지만 이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공공기관에는 여전히 종교편향에 대한 내부 단속 기준이나 구체적인 시정 지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불자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제보와 문제 제기를 생활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인터뷰 ] [ 범종스님 / 조계종 사회부장 ] 
[ " (종단은) 공직자 종교 편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종교차별예방 교육 실시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자님들은) 종단 내 종교차별신고센터가 있으니까 언제든지 제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김정자 씨는 이번 일로 자신의 종교가 받은 차별과 소외를 몸소 느끼며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싱크> 우리가 자꾸만 밀쳐지는 것 같은 생각이 있으니까 속상하지...

[스탠딩]

종교편향의 시정은 종교 권력간 힘겨루기도, 인기 우열을 가리자는 시비도 아닙니다.

상처받은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잇따른 논란 속에서도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BBS 뉴스 서일영입니다.

영상취재 - 장준호 남창오 영상편집 - 장준호